변해가는 나를 좋아하려 한다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가끔은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민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예전엔 좋아하던 것들인데, 지금은 그다지 끌리지 않기도 하고, 한때는 마음이 가지 않던 것들에 이상하게 시선이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그럴 때면 괜히 헷갈린다. 나는 왜 변했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졌을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달라진 감각이 있다. 취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상을 대하는 마음가짐까지도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 예전엔 애매한 말보다는 설명이 필요한 말이 더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요즘은 여백이 있는 말, 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예전의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고정시켰다.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저런 건 싫어해, 나는 이럴 땐 항상 이렇게 해. 그렇게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머물며 안정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달라지고, 마주하는 상황들이 바뀌면서 나는 서서히 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불편했던 상황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날은 낯설게 느껴진다. 때론 내가 했던 말이 스스로 낯설고, 내가 내린 선택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방향일 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낯섦이 점점 더 나다워지고 있다.

변화라는 건 그렇게 찾아온다. 거창하지도 않고, 뚜렷한 계기가 있지도 않다. 다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생각, 조금씩 길들여지는 감각, 그리고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눈. 나는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 전에는 ‘나답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부분들을 이제는 ‘이것도 나일 수 있겠다’며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변하는 나를 부정하기보다는, 그런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려 한다.

물론 아직은 어색하다. 익숙한 모습이 아니니까, 어딘가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니까. 그래도 이제는 확실히 안다. 사람은 계속 변해간다는 걸,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사실을. 그래서 요즘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말보다,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 더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어제와 다르더라도 틀린 게 아니라는 것. 그렇게 나는 나를 조금씩 다시 알아가고, 지금의 나를 좋아하려는 연습을 해본다.

변해가는 나를 좋아하려 한다.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낯설 수도 있지만, 지금 이 모습도 나에게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 생각, 취향,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려 한다. 그렇게 오늘도, 어제와 조금 다른 나를 데리고 하루를 살아본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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