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조금씩 설계하는 중입니다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나는 거창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 커다란 목표나 분명한 계획 없이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조금씩 나다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삶에 대한 그림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어디에 도달해야 한다는 뚜렷한 선이 있어야 안심이 됐고, 그 선을 향해 걷지 않으면 의미 없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더 이상 도착지를 정해두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내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옮기려 한다.

그게 아주 작은 선택일지라도, 내가 마음이 가는 쪽을 향해 움직였다는 사실이 내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일찍 일어난 아침에 평소엔 듣지 않던 음악을 틀어보는 일, 카페에 앉아 익숙하지 않은 책을 펼쳐보는 일, 걷던 길 대신 다른 골목으로 돌아가는 일. 별것 아닌 선택들이지만, 그 안에 지금의 내가 담겨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 좋아하는 감각으로 하루를 설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아간다.

삶을 설계한다고 하면 예전엔 막막하고 부담스러운 느낌이 먼저 들었다. 뭘 정하고, 계획하고, 이뤄야 하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이 꼭 그런 방식일 필요는 없다는 걸 배웠다. 나에게 삶을 설계한다는 건, 하루를 조금 더 나답게 살아보는 시도에 가깝다. 정해진 틀에 나를 끼워 넣기보다는, 내 감정과 리듬에 맞춰 내가 머물 공간을 천천히 그려가는 일. 어쩌면 이건 설계라기보단 발견일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 자주 올라오는 생각, 자주 머무는 마음의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삶이면 좋겠다’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물론 그 형태는 매일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오늘은 느슨한 하루가 필요하다가도, 어떤 날은 몰입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나는 이제 그런 변화에 당황하지 않는다. 흐름이라는 건 본래 일정하지 않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 흐름을 따라도 괜찮은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감각들이 모여,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방식으로 삶이 쌓여간다는 걸 믿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조용히 설계하는 중이다. 어떤 거창한 도면도 없고, 멋진 완성본도 없다. 다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순간들을 조금씩 더 많이 담아내기 위한 시도들. 좋아하는 색을 곁에 두고, 좋아하는 감정에 머무르며, 나에게 맞는 무게로 하루를 채워가는 일. 그렇게 아주 천천히, 삶의 방향이 만들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슨해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내 안에 쌓여가는 감각들, 조심스럽게 이어 붙인 하루들이야말로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 어떤 하루가 너를 편안하게 해? 그 대답들로, 나는 나만의 삶을 조금씩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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