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용법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그 변화가 어색하지 않다는 것. 변화는 조용히 쌓였고, 감각은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무언가를 해내야만 하는 마음에서 조금은 멀어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에 두는 연습을 하다 보니 이제는 그게 자연스러운 삶의 방향이 되었다. 거창하게 나를 바꾸려 한 적은 없지만, 천천히 쌓인 마음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다.
예전에는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았다. 뭘 해도 확신이 필요했고, 잘하고 있다는 증명이 없으면 불안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오히려 나를 멀리 돌아가게 만들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나에게 가혹했던 시간들 속에서는, 작은 것도 쉽게 지워졌고, 기쁨조차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확신보다 감각을 믿기로 했다. 잘하고 있는지보다, 지금 이게 나에게 어떤 기분을 주는지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내 삶 안에 '나의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정답처럼 정해진 것도 아니지만, 내가 직접 겪고 느끼고 고른 감각들로 이루어진 것. 누구에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에게는 분명한 언어처럼 작동하는 것들.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 커피를 마시는 방식, 일하는 리듬, 좋아하는 빛의 온도, 마음이 편해지는 속도. 그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만든 기준 안에서 살아가는 일이 생각보다 안정감을 준다는 걸 알게 됐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순간에 더 편안해지는 사람인지 아는 것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조용한 공간에서 나를 가장 잘 회복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복잡한 목표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오늘의 기분을 잘 돌보는 게 내겐 더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쌓인 감각은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내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방향을 선택할 때, 문득 주저앉고 싶을 때, 나는 그동안 내가 쌓아온 감각을 먼저 떠올린다. 그건 경험이라는 말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살아오며 내 안에 생긴 리듬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리듬을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꽤 마음에 든다.
가끔은 여전히 흔들리기도 하고, 선택이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불안하진 않다. 완벽하지 않아도, 흔들리면서도 나는 여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나를 알아가는 중이고, 동시에 내가 쌓아온 감각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빠르게 가지 않아도 괜찮고, 누군가와 같지 않아도 괜찮다. 이 리듬은 나만의 것이니까. 그렇게 쌓인 감각들 위에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