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의 나에게

마음의 사용법

by 찌니


모든 것이 괜찮아진 줄 알았던 날에도, 문득 다시 흔들릴 때가 있다. 예전엔 단단해졌다고 믿었는데, 마음 한구석이 다시 헛헛해지고, 별일 아닌 일에도 감정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속에서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너, 또 제자리로 돌아온 거야?’ 괜히 초조해진다. 이렇게 흔들리는 나를 보면, 내가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감각들이 다 무너져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안다.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게 아니라는 걸. 지금 이 흔들림도 나라는 삶의 일부라는 걸. 감정이라는 건 언제나 일정하게 흐르지 않고, 잘 지내는 와중에도 가끔은 이유 없이 멈추기도 하고, 휘청이기도 한다는 걸.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태의 나를 부끄러워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네가 틀린 게 아니라고, 조금 흔들릴 수도 있는 거라고.

나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잘 나를 돌보게 되었고, 감정의 크기를 억지로 조절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다. 무기력한 날에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고,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삶은, 성취로 가득 찬 삶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삶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날의 나는 어딘가 모르게 더 솔직하다. 아무리 괜찮은 척을 해보려 해도, 감정은 표정을 감출 수 없고, 마음은 몸을 통해 들킨다. 그래서 그런 날엔 괜히 더 조용해지고, 스스로를 숨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야 한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일 뿐이야.' 그렇게 말해주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의 흔들림에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날이 단단할 수는 없지만, 모든 흔들림이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가끔은 그런 날들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고,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또 조금 더 유연해진다.

그러니까 흔들리는 날의 나에게, 부끄러워하지 말자고 말해주고 싶다. 그 모습도 나니까. 어제보다 느리게 걷고 있다고 해도,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고 해도 괜찮다고. 어쩌면 이런 날들이 쌓여서, 진짜 나만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걸지도 모른다.

오늘도 흔들리면서,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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