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하루, 어둠 속을 달리는 이름

이름 없는 사람들

by 찌니

도시가 아직 고요한 시간을 밀어내지 못한 채 멈춰 있을 때, 그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불 꺼진 창문들 사이로 엔진 소리가 낮게 퍼지고, 눈을 뜨지 않은 거리 위를 조용히 통과하는 차 한 대.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기 훨씬 전, 도로를 가장 먼저 달리는 사람이 있다. 진동이 손목을 타고 올라오고, 새벽 공기 특유의 냉기가 차창 틈새로 스며드는 그 시간, 그는 목적지를 하나씩 확인하며 박스를 나른다. 누구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그 이름은 그에게 도착지가 아닌 좌표일 뿐이다. 그 좌표를 따라 달리고, 정차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문 앞에 물건을 내려두는 사람. 그는 오늘도 누군가의 아침이 도착하기 전, 먼저 그 자리에 다녀간다.

지도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경로들이 있다. 매일 같은 동네, 같은 골목, 같은 경비실 앞. 어떤 주소는 늘 조명이 켜져 있고, 어떤 건물은 입구에 짧은 메모가 붙어 있다. “문 앞에 조용히 놓아주세요” “벨 누르지 마세요 아기 자고 있어요.” 그는 그 말들을 따르며 말 없이 움직인다. 어쩌면 그는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삶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누구의 삶에도 직접 닿지 않는 사람이다. 물건은 정확히 도착하지만, 그는 누구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돌아선다. 배송이라는 건 연결의 일인데, 그는 그 연결의 중간에만 존재한다.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고, 손을 내밀어도 닿지 않는 거리. 그는 그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더 많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기 위해, 누구에게도 가까워지지 않는 방식.

누군가는 기다렸고, 누군가는 깜빡 잊고 있었고, 누군가는 필요에 의해, 누군가는 외로움에 의해 주문했을 것이다. 제품 목록엔 생필품이 적혀 있지만, 그는 안다. 어떤 주소에는 루틴이 있고, 어떤 주소에는 간헐적인 감정이 있다. 일정한 시간, 일정한 수량, 일정한 무게. 어쩌면 그는 도시의 마음을 무게로, 빈도수로, 배송 시간으로 이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마음 안에 들어간 적은 없다. 그는 도시를 돌지만, 도시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연결을 만들지만, 관계를 맺지 않는 사람. 도착지를 수없이 향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사람.

그는 누군가의 아침을 위해 움직이지만, 그 아침은 언제나 그의 것이 아니다. 창문은 닫혀 있고,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초인종은 울리지 않는다. 그가 도착할 때마다 세상은 잠들어 있고, 그가 떠날 때쯤 세상은 막 깨어난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그렇게 수십 개의 문 앞을 지나면서, 그는 문득 생각한다. 이토록 많은 집을 돌지만, 나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다고. 나의 하루는 누군가의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지만, 정작 나는 누구의 하루 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다시, 아무 대답 없이 다음 골목으로 차를 돌린다. 그런 식으로 그는 매일 도시를 지나간다. 관계를 맺지 않음으로써 흐름을 만들고, 이름 없이 무언가를 남긴다. 흔적은 남지 않지만, 리듬은 그를 따라 생긴다. 목적지는 늘 존재하지만, 그 자신은 그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며, 도착하지 않음으로써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사람. 그는 알고 있다. 누군가의 하루는, 결국 누군가의 밤 위에 세워진다는 것을.

도시가 깨어나기 전, 이름 없이 흐른 한 사람이 조용히 지나갔고, 그가 떠난 자리엔 마침내 아침이 도착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