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하루,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

이름 없는 사람들

by 찌니


그가 달려가는 이유는 언제나 같다. 누군가가 멈췄기 때문이다. 도시는 멈추지 않지만, 사람은 멈춘다. 숨이 멎고, 심장이 멈추고, 의식이 꺼진다. 그 순간 누군가는 전화를 건다. 아주 짧은 숫자 세 개, 그러나 그 숫자에는 누군가의 두려움과 절박함이 전부 실려 있다. 119. 그는 그 벨소리 하나에 반응한다. 그리고 곧,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의 삶 쪽으로 방향을 고정한다.

사람들은 그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이 일은 꼭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많은 경우, 그는 생명이 무너지는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가는 사람이다. 그 자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끝나버린 생도 있고, 아직 희미하게 남은 생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는 매번 그 경계에 선다. 살았던 사람과, 살았을 수도 있었던 사람 사이에서, 끝인지 다시인지 알 수 없는 호흡 사이에서.

무전이 울리면 그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왜 쓰러졌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지금 멈춘 그 사람에게 도착할 수 있느냐다. 그 몇 분은, 누군가의 평생을 갈라놓는 시간이다.

그가 도착하는 공간은 늘 다르다. 골목 어귀, 고요한 거실, 상가 한복판, 혹은 빈 놀이터. 그러나 풍경은 닮아 있다. 쏟아진 물컵, 뒤엉킨 담요, 울먹이는 목소리. 그 사이에서 그는 말없이 손을 움직인다. 가슴을 압박하고, 기도를 열고, 심전도를 확인한다. 그 순간 그는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을 되돌릴 가능성을 찾는다. 가장 인간적인 절망 앞에서, 가장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된다.

며칠 전, 그는 일흔셋 노인의 집에 출동했다. 혼자 살던 노인이었고, 벨을 아무리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 한가운데 노인이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는 밥그릇이 엎질러져 있었고, 전자레인지 안엔 따뜻한 국이 남아 있었다. 텔레비전은 여전히 낮은 소리로 뉴스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 한가운데, 생은 고요하게 멈춰 있었다. 그날 그는 심폐소생술을 했고, 응급처치를 했고, 결국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그 노인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그 노인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놓고 나왔다. 노인의 손끝에 남은 체온일 수도 있고, 창가에 놓인 오래된 사진 속 미소일 수도 있다. 그는 그날, 아주 작고 조용한 죽음의 증인이었다. 아무도 울지 않았지만, 그날의 침묵은 더 깊고 길게 남았다.

모든 구조가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많이 실패를 겪는 사람이다. 심장이 다시 뛰지 않을 때, 눈동자가 돌아오지 않을 때, 그는 자신을 가장 먼저 의심한다. 판단이 틀린 건 아닐까, 더 빨랐어야 했던 건 아닐까. 그런 질문들은 밤마다 그를 따라다닌다. 그리고 누구도 그 질문에 답해주지 않는다. 통계로는 실패가 남지 않는다. 단지 그날 밤, 잠들지 못하는 얼굴로만 남는다.

어떤 날은 그도 무너진다. 모두가 떠난 엘리베이터 안,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그는 조용히 손을 쥐어본다. 오늘 잡았던 손이 아직 식지 않은 것만 같다. 누군가의 마지막 체온을 들고 있는 것처럼. 아무도 울지 말라고 하지 않았지만, 울 수도 없다는 걸 그는 안다. 그래서 그는 그런 감정을 뒤로 미룬다. 다음 호출이 오기 전까지만이라도.

그는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일까. 아니면 죽음을 조금 늦추는 사람일까. 혹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현장을 통과해버리는 사람일까. 그러다 결국, 하나의 문장에 다다른다. 누군가는 무너지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한다는 것. 도망치지 않고, 고개 돌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끝을 바라보는 일. 그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이 일은 영웅같은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감동시키지도, 박수를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누군가는 그 순간 혼자였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끝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준비한다. 장비를 정리하고, 무전을 확인하고, 다시 익숙한 차에 오른다. 누군가의 삶이 지금 막 흔들리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흔들림의 첫 진동에, 가장 먼저 반응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그다.

그는 이름 없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회복된 뒤 그를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장면에는, 분명히 그가 있었다. 아무도 대신 서주지 않는 자리에, 아무도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시간에, 그는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무너지는 순간의 소리를, 조용히 들어준 사람이었다.

그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내가 한 일은, 충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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