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자마자 자퇴하기
중학교 3학년.
그냥 다 포기해 버리는 게 훨씬 편했다.
중간고사 수학 50점대,
영어는 단어 외우는 것조차도 너무 싫었다.
그 시절 원주에서는 고등학교 배정을 뺑뺑이로 돌렸다.
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무리 대부분과 같은 학교로 배정됐다.
친한 친구들과 같은 학교가 된 건 분명 좋은 일인데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편치 않았다.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공부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고,
친구들한테 인정받겠다고 애쓰는 일도 지긋지긋했다.
이미 새 교복도 맞췄고,
학교에 가서 교과서도 받아왔지만,
매일매일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이대로면 지잡대도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학식날, 학교를 다니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날 저녁, 나는 A4용지 3장을 빼곡히 채워
엄마에게 드릴 자퇴 계획서를 썼다.
엄마는 조용히 편지를 받아 읽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0분도 되지 않아 그렇게 하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엄마도 지칠 만큼 지쳐있었던 거겠지.
다음날 나와 엄마는 아무도 모르게,
아주 이른 아침 학교에 가서 자퇴서를 제출했다.
그 누구에게도 자퇴했다고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친구들 번호도 다 지웠다.
17년 인생 처음으로, '친구'가 없는 상태가 됐다.
그렇게 중요했던 교우 관계였는데
막상 다 끊어내니
오랫동안 조여왔던 족쇄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