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天冠山)
김성신
제 살을 터서 낳은 바람의 출생지
산 가득 부려놓은 볕
두 팔 뻗어
장천(長川)으로 흐른다
불끈, 입술을 물고
선과 릉을 빠져나온 그늘로
진죽봉 맞들면
대양(大洋)과 맞닿을 듯 뾰족 날 선 기상들
바위 위에서 곁가지 늘리는 저, 노송
굽은 허리를 눈으로 붙들어
억겁의 시간에도 모둠발 세우는 꼿꼿한 직립의 자세
수만 억새들이 두 손과 손 맞잡고
호위하듯 에워싼다
출구가 어디입니까
가파른 비탈을 비끼는 저편의 울음은
깊은재 동백으로 붉어져
송이송이 터지고
굽이굽이 피가 돈다
접힌 무릎 세우고
가픈 심저(心底) 품느라
목숨줄 너무나 깊어
천관은 푸른 갈기 흩날리며 비상한다
*전남 장흥에 있는 호남의 5대 명산
-2023년 문학들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