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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관棺

by 김성신 시인

관棺


김성신


침대에 누워 눈으로 조였다 풀어놓는 흰 천장

가쁜 숨을 몰아쉬는 호흡기

내일이 오늘이 되는 시간


골목길 아이들 뛰노는 소리에 자꾸 꿈틀거리고 싶은 발

오후 내내 눈도 내려

먼 길을 재촉하는 바람에 이름마저 부레를 다는데


어떤 손들이 손을 만지작거리며 흐느끼면

감은 눈을 다시 감고

그녀는 아주 작은 힘을 다해 그러쥐어요


민어의 입술을 통과하는 냄새

쌀 위에 꽂아진 향불이 머릿결처럼 부풀 때

그녀의 방은 허공, 고요하고 아늑해

좁은 길로 떠다니는 기척에 머리 깎인 사과가 둥글게 익어간다


서쪽하늘에 피어나는 자식 잃은 어미의 오열은

장대다리*를 지나

숨소리조차 음습할 텐데

눈을 감은 채 하염없이 차오르던 밤이 지나갈

내 울안에서 쌓일 사각의 돌무더기


침묵을 붙잡는 국화꽃 수만 송이

오래된 대화를 좇아서 손을 흔들면

시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하얀 이파리를 움켜쥐고 있는,


수천의 산목숨들이 영정을 둘러싸고 있다


*순천 장대다리 부근에서 아무렇게나 유기되고 방치된 시신들


제1회 여수.순천 10.19 평화문학상 수상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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