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켄 현상
김성신
노린 것이 아니지만
내일을 위해
난 네가 될 수 있고 넌 내가 될 수 있지
기분은 이름이 분명해지는 계절
음절 끝에 있는 자음처럼 가끔 수정되고 단호해지지
코브라에게 자신의 가슴을 열어 죽은 클레오파트라처럼
지금까지 모습은 스스로 만든 거니까
날씨에 따라 계획은 수정되고
신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붉은 자태의 노을
불려온 그림자는 불온한 슬픔이다
두어 평 직각에 갇힌 그림자의 뼈대
쓰러졌다 일어서길 반복하는
알겠어, 는 얼마나 순간을 벼린 저편의 암시인가
사라지기 전에 더 빨리
공처럼 부풀어가는 주머니는 더 크게
어느 쪽으로 서야할지 모른다면 구름을 등지고
내어놓은 길을 잠시 덮기도 한
바람이 구름을 흩어놓아 잠깐씩 하늘이 열릴 때
혼잣말이 통했다고 느끼는 순간
잠시 그늘의 유숙을 허락한 천국이다
*산꼭대기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안개 위에 크게 비치고 목둘레에 무지개 테가 여러 겹 보이는 기상 광학 현상
-2024년 포지션 여름호
김성신
전남 장흥 출생
2017년 불교신문사 신춘문예 시 등단
광주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문학박사
2022년 시집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