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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블럭

by 김성신 시인

블럭

김성신



허공에 세워진 소리 없는 탑

내년은 내년이 될까

어깨에다 대고 누가 휘파람을 부는 걸까


그곳은 좁고 깊어 다리를 들이밀면 어깨가 빠졌다

문을 닫아걸지 않으면 의심이 사라져

종일 빈틈 채우는 연습을 했다


밤이 되면 초조한 기색이 역력해 난간은 가난이 된다

혼잣말이 미끄러지고

각 잡으며 흘러다닌 귀

‘십 년 만 기다려’란 말이 갇혔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목

어둠은 긴 복도를 빠져나온 나를 어떤 것으로부터 구분해

곳곳에 초대되지 않는 이름들로 들끓었다


한 번 쌓고 수천 번 무너져 바깥으로 향하는 날들

가슴 맞닿는 곳마다 휘묻이 되는 기억에

어떤 신기루를 바라는 한줄기 빛

살아 숨 쉴 후회 없는 계절이 필요했다


무기력은 미풍에도 무너질 자세,

꽉 막힌 벽을 깨우고

무거워진 가슴을 내려놓아

시간 너머에서 닫힌 당신을 향해 계단을 정비했다


롤러코스터를 숨긴 채 혀를 향해 돌진

묻지도 듣지도 않고

무덤 쪽으로 빗장을 여는

시간의 반역


ㅡ계간 《시사사》(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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