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도망치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에도 밥을 차리고, 일을 하고, 웃어야 했다.
우리는 그렇게 도망치지 못한 채 하루를 살아낸다.
이 책은 그날들의 기록이다.
누군가는 화려하게 이겼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히 버텨낸다.
그 침묵 속에 얼마나 많은 용기와 눈물이 숨어 있는지,
아는 사람만 안다.
도망치지 않은 사람들은 안다.
버티는 일은 무기력한 게 아니라,
사라지지 않으려는 의지라는 걸.
삶은 늘 낯설다.
익숙하다고 믿는 순간에도 하루는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이 책은 그 낯섦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리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