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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종달새 Oct 16. 2023

해영 씨의 딸 미희 (2)

“김 미희 씨 어머님 되시죠? 김 미희 씨가 청주 교도소에 있는데요, 보호자로 선생님 번호를 남겨서요.” 


미희와 연락을 끊은 지 15년쯤 되었을 때, 모르는 전화 한 통이 왔다. 

파란색도 아니고, 남색도 아닌 탁한 푸른빛의 제복을 입은 딸. 미희와 해영 씨는 청주 교도소 접견실에서 만났다. 




딸을 만나러 오는 길, 해영 씨는 숨이 막혔다. 버스 창 밖을 보면서 진정을 하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도소라니, 교도로라니.... 내 딸이?'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다. 보이스 피싱이라고 보기엔 해영 씨의 질문에 너무 자세하게 말하는 교도소 직원. 그제야 알았다. 

항상 해영 씨의 딸 미희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거나 했다는 것을. 

'그래, 미희라면 가능해. 그 새끼 애를 학대했다는 거야?  아님, 뭐지?' 

멈추지 않은 생각으로, 교도소 오기 전 날 밤 한숨도 못 잤다. 피곤할 만한데 오히려 정신은 또렷하다. 

해영 씨는 10분의 면회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버스 안에서 매일 갖고 다니는 수첩에다 빼곡하게 할 말을 썼다.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물어보고, 그 새끼랑은 아예 인연을 끊었는지 묻고. 아니다, 수빈이는 두고 왔는지 물어봐야 하나?”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궁금한 게 생각났다. 

하지만, 막상 제복을 입고 나온 딸을 보니 아무 내용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에구, 너........ 이게 뭐니?”     


“엄마, 나, 어떡해. 미안해. 잘못했어요.”     


“이년아, 너 진짜 어쩌려고 이래? 네가 진짜 애들 때린 거야?”     


“응, 엄마. 그렇게 됐어. 말싸움이 있었어. 내가 애들 뺨 때린 건 맞아. 애들이 친엄마한테 말해서 빼도 박지도 못해. 나 아동학 대래. 폭행.”     


“미친년, 왜 이렇게 사니? 그 새끼랑 이혼했음, 그냥 혼자 살지, 왜 남자랑 동거를 해? 넌, 남자 없음 못 사니? 그냥, 차라리 죽어라.”      


“엄마,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면회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딸 미희는 계속 울었다. 해영 씨는 혹시나 몰라서 가져온 비상금 20만 원을 영치금으로 접수하였다.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났다.


 ‘불쌍한 년, 뭐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니? 왜, 우린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거니?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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