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미희는 집을 나왔다. 그동안 미희는 사는 게 지옥이었다. 미희의 엄마는 미희를 무시한다. 하나밖에 없는 두 살 위의 미희 언니는 자기 잘난 것 밖에 모른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언니는 미희한테는 아무 관심이 없다.
“미희야, 넌 너무 착해. 이렇게 순하고 착할까? 까불지도 않고 조용하고......”
외가 이모들과 삼촌들은 늘 미희에게 착하다고 한다. 착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나 보다. 하지만 미희의 언니 지희에게는 사람들은 다른 말을 한다.
“지희야, 어쩜 이렇게 똑똑하니? 세상에, 애가 못 하는 게 없네. 그만 상 좀 받아 와. 너 혼자 다 받음 애들은 어떡해?”
모두 언니를 칭찬한다. 언니는 예쁘고 똑똑하다. 그리고 착하기까지 하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다.
“네가 지희 동생이야? 지희랑 비슷하게 생겼다. 너도 지희처럼 공부 잘하니? 지희 진짜 장난 아니잖아.”
미희는 줄곧 언니와 비교당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미희가 엄마에게 처음 거짓말을 한 날, 엄마는 소리를 지르면서 미희를 때렸다.
“성적이 떨어졌음 제대로 말을 하지, 왜 거짓말을 하고 사람을 속여?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대체 언니는 안 그런데, 너는 왜 이러니? 네가 이러면 언니가 얼마나 창피하겠니?”
엄마는 애당초 미희한테 애정이 없는 것 같다. 미희가 말썽을 피우는 이유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엄마의 유일한 관심은 언니 지희와 엄마의 체면뿐이다.
혹시나 미희의 일들로 인해서 언니가 피해를 받을까 봐 늘 노심초사이다.
‘나를 사람 취급 하지 않은 이곳, 가족으로 여기지 않은 이곳은 더 이상 내 집이 아니야. 내 인생 내가 찾아갈 거야.’ 미희는 엄마를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쳤다.
미희의 어린 시절, 엄마는 왜 그렇게 미희에게 욕을 했는지 모르겠다. ‘공부를 못한다고,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가지 못했다고, 목소리가 작다고, 언니처럼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그저 못한다고 소리치고, 거짓말했다고 때렸다. 미희는 어린 시절, 자기를 혼내는 엄마가 친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미희가 초등학교시절, 미희 엄마는 학부모 회장이었다. 미희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는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다. 지희 언니 앞에서 엄마는 항상 밝은 웃음을 보인다. 하지만, 엄마는 미희 앞에선 한숨을 쉬거나 짜증 섞인 말투뿐이었다.
학교에서 모든 선생님들에게 언니 때문에 칭찬을 받는 날이면, 미희 엄마는 더욱더 미희에게 화를 냈다. 미희는 가출도 하고 수면제도 먹어 봤다. 손목에 칼을 그어 보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아무리 해도 엄마한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처음 수면제를 먹고 병원에 실려 간 날, 미희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너 때문에 진짜 못 살겠다. 죽을 용기도 없는 애가 이게 뭐니? 다시 한번만 이래 봐."
미희가 응급실에서 위세척을 하고 깨어난 그날도 엄마는 여전히 신경질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