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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종달새 Oct 18. 2023

미희 이야기 (2)

성적이 나올 때면 매일 하는 거짓말, 그 거짓말이 들통이 나서 또 엄마한테 혼나고. 미희는 엄마가 무서웠다. 엄마가 뭐라고 묻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미희를 엄마는 답답해하면서 또 뭐라고 혼을 냈다. 악순환이다. 엄마가 어떤 뜻으로 말을 하는지는 고등학생이 되어 가니 조금은 이해가 됐다. 하지만 미희는 여전히 엄마의 표독스러운 표정, 말투만 보면 '아, 이 집에서 빨리 도망가야지'라는 생각만 났다. 설상가상으로 어린 시절 미희를 키워주신 왕할머니가 죽었다. 이제 미희를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할머니, 난 할머니 이 귓불이 너무 좋아."


어린 시절, 미희는 외가댁에서 온갖 사랑을 받으면서 컸다. 삼촌, 외할머니, 왕할머니, 가끔 찾아오는 엄마와 언니. 다른 집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엄마와 떨어져서....


그렇게 초등학교 가기 전 만나게 된 엄마는 숨 막힐 만큼 미희를 조여왔다. 매일 해야 할 것은 잔뜩 있고,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갔다.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미희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미희야, 너 큰 이모부 있는 신학교 있잖아, 거기 가라. 이모부가 교수로 있는 데다가 너 거기서 전도사 활동 하고 그러면 하나님이 다 잘 되게 해 주실 거야. 엄마만 믿어."


'엄마, 나 신학교 가기 싫은데. 나랑 안 맞아.' 속으로 몇 백번을 말했는지 모르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엄마는 결국 서울에 있는 신학대학교에 미희를 보냈다. 무조건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야 시집도 잘 간다고 엄마는 항상 말했다. 목회자 중에는 좋은 사람 많으니 졸업 후 착실히 있다고 시집가면 된다는 엄마. 미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엄마 몰래, 자퇴서를 제출하고 집을 나왔다.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 전화를 했더니 욕만 잔뜩 먹었다. ‘엄마가 버린 딸, 나도 엄마 버릴 거야.’ 미희는 택배 회사 사무직에 취직을 했다. 

하루하루 살기에도 버거운 날, 수많은 택배 기사들 중에서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눈빛은 반짝거리고 뭔가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남자는 미희에게 늘 커피 한 잔을 건네면서 하루 일과를 묻는다.      


“나, 사업했는데 망했다. 공부는 못했고, 뭐 머리도 멍청한데. 돈 버는 거는 그래도 좀 했어. 차도 팔았고, 핸드폰도 팔아 봤고. 사기당해서 이렇게 있지만, 곧 일어날 거야. 미희야, 나만 믿어.”     


미희는 남자처럼 강해지고 싶었다. 살면서 여태까지 누군가가 자기를 이렇게 칭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미희에게 똑똑하다고 했다. 자기는 대학 문턱도 못 갔는데, 어떻게 서울에 있는 대학을 들어갔냐면서 놀라워했다. ‘날 칭찬하는 사람도 있긴 있구나.’ 남자와 있음 세상에 뭐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희와 남자는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하고 얼마 안 되자, 애가 생겼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둘째를 임신했다. 

첫 째가 태어난 날, 미희는 남자와 함께 친정엄마 해영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누가 너보고 집 나가서 아무 남자랑 살라고 했어? 네가 선택한 거니까 결혼식을 하던 네가 알아서 해. 그리고 내가 왜 외할머니야?  너, 나 싫다고 나간 거잖아. 됐어. 일 없어.”      

 

미희는 엄마의 반응을 예상은 했지만, 남자는 좀 놀란 듯하다. 남자는 미희에게 친정 엄마 연락처를 받아 갔다. 미희는 안다. 남자가 자기한테 하듯이 엄마한테 했을 거란 것을.      

"당신이 아는 보통의 엄마가 아니야. 우리 엄마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돈을 주지도 않을 거라고."


"야, 내가 너 먹여주고 재워줘서 이렇게 엄마 구실도 하게 했는데, 너네 친정은 뭐 하는 거야? 딸년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냐? 내가 본때를 보여 줄게."


"죽여. 네가 본 때를 보여주든 말든 상관없어. 차라리 나부터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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