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이 생긴다는 것을
함께 동반하는 것 같아.
철없던 어린 시절엔
뭐든 다 '내가 할 수 있어.'라는
배짱도, 근거 없는 자신감도 막 생겼고,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고 느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아.
세상에는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과
어떤 경우에는
노력해도 절대 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는 것.
엄마 막내딸이 그렇게 엄마 속을 뒤집어 놓을 때,
딱 그런 마음이었을 거야.
엄마에게 예상치 못한 세상의 풍파가
도미노처럼 엄마를 무너뜨릴 때도
엄마도 그랬을 거야.
노년의 나이에 엄마에게 찾아온 병마를
견딜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엄마도 그랬을 거야.
'세상, 참 쉽지 않네.'
'만만치 않아.'
엄마, 나는 진짜 어른들이 하는 말이
어떤 때는 '참, 괜한 참견.' 정도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거든.
아닐 수도 있지.
뭐, 항상 다 똑같은 일이 생기라고??
그런데, 백발의 어른들이 건네는 말속에는
진짜 세상의 별거 아닌,
아니,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진리가 숨겨 있더라.
그걸, 요즘 깨닫네.
중년이라는 명칭이 딱 생기고 나니.
우리 엄마는
그 모진 세상 풍파를 다 어찌 겪었을까?
엄마도 많이 힘들었지?
엄마도 포기하고 싶었지?
엄마도 길 가다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던 적 많지?
속은 문들어지고 있는데, 웃어야 하는 그 상황,
우리 엄마는 어찌 이겨냈을까?
내 삶만 보느라 엄마의 삶이
구겨진 종이처럼 엉망이었을 것을
나는 몰랐었다.
그래서 엄마가 나한테 그랬나 봐.
"싸가지 없는 계집애."
가족이란 것은, 누군가 잘하고 싶다고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뭘 심하게 잘못 했다고 망가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멀쩡하게 살던 나.
사람들은 잘 모를거야. 내 마음이 어떤 건지.
내가 엄마 마음을 모두 알 수 없듯이.
그러니까.. 엄마, 더 이상
'자식을 잘못 키운 엄마'로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학하지 않았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