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석출(水落石出) 2

by 몽중몽

*


저녁 어스름이 완연히 내려앉은 시각이었지만, 방 안은 밝았다. 사방에 가지런히 놓인 등잔들이 제 몫의 빛을 내며 어둠을 한 치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한 불빛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는 무겁기만 했다.

영 승상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깊은 주름 패인 이마를 손으로 짚고 있었고, 그 곁의 우 부인은 창백한 얼굴에 싸늘한 기색을 드리우고 앉아 있었다.

방바닥에는 세 명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영회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숨결 하나 크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 옆의 영사는 형과 동생 그리고 승상 부부의 얼굴을 번갈아 훔쳐보며 마른 입술을 떨었다. 영유는 어깨를 움츠린 채 영사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서른도 안 된 것에게 대리시 소경 자리를 주시더니만……참으로 훌륭합니다.”

우 부인의 목소리는 냉기 서렸다.

“저것이 하는 짓을 보십시오. 어린 동생을 죽이고 그것을 형에게 뒤집어씌우려 하다니, 이렇게 악독할 수가.”

영사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배 사고도, 혹 저 녀석의 짓이었을지 모르겠군요.”

“그, 그 사고는……아닙니다! 죽이려 한 것은!”

영사는 고개를 들고 다급히 소리쳤다.

“허나, 그 뒤로 회를 헐뜯는 소문을 퍼뜨린 것은 네 짓이 아니더냐?!”

우 부인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꽂히자, 영사는 변명의 말도 잊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적막이 흘렀고 영 승상이 무거운 숨을 뱉으며 머리를 들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영사는 숨을 삼켰다.

“그저……그저 단순한 심술이었습니다. 어차피 큰일이 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말을 잇던 영사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불쑥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회가, 회가……!”

영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 자리를 빼앗으려 했습니다!!”

그제야 영회가 고개를 들어 영사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 차가운 분노가 번졌다.

영사는 승상의 발치로 기어가며 애원하듯 말했다.

“아버지, 저는 친아들입니다. 어머니가 첩이었더라도, 아버지의 피를 이은 진짜 장자(長子)는 제가 아닙니까? 그런데…….”

그의 눈이 흔들렸다. 억울함과 분노로 일그러진 그의 눈가가 울먹이듯 떨렸다.

“회가 자기 세력을 키우려고 합니다. 무관이면서 문관들과 어울리고, 황상께 몇 마디 칭찬을 들었다고 기고만장해서는 가문도 등한시하면서 출세만 좇고 있습니다!”

영회는 실소를 흘리다가, 승상의 시선을 의식하고 입을 열었다.

“입신양명을 위해 힘쓴 것이 그리 큰 허물입니까?”

그러나 영사의 울먹이는 항변은 이어졌다.

“전, 전 그저 두려웠습니다. 아버지, 제가 진짜 아들입니다. 제가…….

영회의 턱이 단단히 굳어지며 이를 갈았다.

방 안엔 흔들리는 촛불과 함께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의자의 팔걸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가 방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이놈들이!”

그의 목소리가 방안을 진동시켰다.

“이놈들……. 내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 몫을 나누려 드느냐!”

세 아들은 일제히 움찔하며 몸을 한껏 낮췄다.

승상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둘째야, 네가 한 짓은 옳지 않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영회에게로 옮겨졌다.

“너 또한 동생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지. 장형(長兄)으로서 동생들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거늘.”

우 부인의 입가에 냉소가 스쳤다.

“역시나 그렇게 흐지부지 넘기시겠지요. 상공께서 결론을 내리셨으니, 제가 더 할 말은 없겠습니다.”

영회는 입술을 꾹 깨물며 다시 고개를 숙였고 영유는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거렸다.

“……지금은 날이 너무 늦었다.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승상은 일어서며 영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


서재의 문이 조용히 닫혔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아래로 등불이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승상은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묵묵히 찻잔에 물을 따랐다.

영사는 문 앞에서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레 무릎을 꿇었다.

승상은 그를 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이제 다 말해보아라.”

영사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아버지, 저는……그저 무서웠습니다.”

승상은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아무 대꾸도 없었다.

“회는……아니, 형님은 장교가 된 뒤 얼마 되지도 않아 중랑장(中郞將)*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저는……아직도 ‘승상의 아들’이라는 말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영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형님은……지금 가만히 있어도, 언젠가 제 자리를 가져가려 들 겁니다.”

영사는 잠시 입술을 깨물다가 말을 이었다.

“그때에……형님은 아버지를 곁에서 지켰는데, 저는 멀리 떨어져 보호받기만 했습니다. 막내도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것을,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그 애를 숨겼지요. 오로지 저만 안전하게……. 사람들이 필시 저를 비웃고 있을 겁니다.”

그 순간, 승상이 시선을 들었다.

“그만.”

짧은 한 마디였다. 그러나 그 속엔 분명한 냉기가 묻어 있었다.

한참 침묵이 흐른 뒤, 승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때 일은……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

승상은 잠시 아들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달래듯 말했다.

“사야,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 후계는 너라고 정했다.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가문의 누구도 모르는 일이 아니고 회도……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찌 이리 경거망동하여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드느냐.”

영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을 내리깔았다.

“내일, 네 형과 동생 앞에 고개를 숙여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을 이끌 수 있다.”

승상의 말투는 단호했지만, 어딘가 부드러움이 스며 있었다.

영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서재를 나선 영사는 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복도 너머로 불어온 밤바람이 등불을 흔들며 지나갔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그 눈에는, 잠들지 않은 불안이 아직 어둠처럼 어른거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한 줄기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


정원 한쪽, 등불 아래서 영회는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한쪽에서는 영유가 여전히 흐느꼈고, 추홍이 곁에 앉아 달래주고 있었다.

“도련님, 이제 그만 우시지요. 다 지난 일입니다.”

그때, 청년 하나가 다가왔다. 영회가 시선을 주자 추홍이 일어섰다.

“큰 도련님, 이 사람은 낙리라고 합니다. 막내 도련님의 부하입니다.”

“그래. 이전에 들었다.”

영회는 낙리를 훑어보며 무심히 고개를 끄떡였다.

추홍은 낙리에게 명령했다.

“막내 도련님을 별채로 모셔가거라.”

두 사람이 자리를 벗어나자, 정원은 한결 고요해졌다. 추홍은 잠시 영회의 기색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큰 도련님. 사실 저도……저택 안에서 도는 소문을 듣고, 잠시 도련님을 의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영회는 시선을 돌린 채 냉담하게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다들 뒤에서만 수군거릴 뿐, 나서서 말해주는 이도 없더군.”

“…….”

영회는 걸음을 옮겨 본채에서 나섰다. 옷깃을 파고든 밤바람이 한기를 남기고 스쳤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몇 달 전 위위경 낙빈과 나누었던 불쾌한 대화가 맴돌았다.



갑자기 요릿집으로 불러들여 의미없는 농담을 늘어놓던 낙빈은 슬그머니 본론을 꺼냈다.

“영 중랑장(中郞將), 자네가 금군(禁軍)**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아마 어렵지 싶네.”

영회는 잠시 술잔을 움켜쥐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은 했습니다.”

황상께서 자네 실력은 높이 사신다지만, 그분도 조심하시는 법이지.”

낙빈의 말투엔 연민이 서려 있었지만, 눈빛은 헤아리기 어려웠다.

“조정 최고 실권자의 아들을 금군에 넣는 것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지……. 자네는 괜히 애쓰는 거야. 집안의 후계도 결국 자네를 싫어하는 동생에게 돌아갈 테고.”

영회의 손이 무의식 중에 주먹을 쥐었다.

“부자지간을 이간질하십니까?”

“아니. 이간질해 봐야 무익하지.”

낙빈은 쓰게 웃었다.

“설령 이간질이 통한다 해도, 자식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나.”

낙빈은 영회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저 자네가 안 되어 하는 말이지. 승상께서 자네를 아주 외면하시는 건 아니지만, 진짜 피붙이들과는 견줄 수 있겠나.”

낙빈의 말은 이어졌다.

“자네가 그분과 함께 도망 다니며 온갖 고생을 할 때에……영 소경은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았지.”

영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밖에서는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낙빈은 술잔을 들었다가 놓으며 잠시 시선을 창(窓) 쪽으로 흘겼다가 이내 다시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유라고 했나, 막내아들의 일도 그렇고…….”



마른 풀이 발 밑에서 버석이는 소리가 영회의 의식을 현재로 끌어올렸다. 달빛 아래로 홀로 서 있는 자신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걸어가는 그의 머릿속은 다시 그 술자리로 되돌려지듯 빠져들었다.



영유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영회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었다.

“그 일은 아랫사람들이…….”

“알지.”

낙빈은 말을 자르듯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당시에 승상대인의 곁을 지켰던 자네는 알고 있지 않나? 그분은 직접 말하지 않고도 사람을 움직이는 데 능한 분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명령하지야 않았겠지만, 결과를 짐작하지 못하셨겠나.”

영회는 선뜻 반박하지 못한 채, 그저 술잔을 비웠었다.

“잔인한 분이야. 자기 자식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분이라고.”

영회는 눈살을 찌푸렸다.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으로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영회는 본채 방향을 흘끗 돌아보았다가, 곧 시선을 돌려 영유의 거처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


촛불이 깜빡이는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했다. 울음으로 젖었던 영유의 눈가는 이제 말라 있었지만, 여전히 붉게 부어 있었다. 의자에 웅크린 아이 곁에, 낙리는 말없이 서 있었다.

“작은 형님이 무서워.”

영유가 중얼거렸다.

“큰 형님도……많이 화나신 것 같아서 무섭고.”

낙리는 작게 떨리는 소년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괜찮습니다, 도련님. 작은 도련님께서도, 아마 지금쯤 반성하고 계실 거예요.”

“정말?”

영유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희망이 떠올랐다.

“형님들이……화해하실까?”

“그럼요. 분명히요.”

낙리의 입가에는 위로하는 미소가 걸려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교차했다.

‘다정한 형제처럼 손을 잡게 하겠지. 하지만 장남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차남은 반성하지 않을 것이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 영유가 말했다.

“나……뭔가 먹고 싶어.”

“무엇을 가져다 드릴까요?”

“단 거. 과일이면 좋겠어.”

낙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고리에 손을 댔다.

“곧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어두침침한 복도를 한참 걷고 있자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안이 아주 발칵 뒤집혔다니까.”

“윗분들 싸움에 우리가 왜 이런 피해를 봐야 하는지.”

“그나저나 저 어린 도련님이 뭘 안다고, 그 자리에 끼게 한 걸까…….”

“……그냥 앉혀둔 거겠지 뭐.”

낙리는 그들 앞을 지나며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시비들이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조심하십시오.”

낙리가 작게 속삭였다.

시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졌고, 낙리는 다시 어둠을 향해 걸었다.


*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한동안은 별일 없는 듯 조용했으나 낙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검은 잔상이 남아 있었다.

그 잔상을 아직 털어내지 못한 채, 그는 남문 밖 찻집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영유의 일을 의논한 이후 처음 나누는 대화였다.

“……일이 많이 커졌지요.”

염온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예상은 했습니다만.”

낙리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분이……그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어요.”

염온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당혹과 자책이 배어 있었다.

“다친 분들은……어떠신가요?”

낙리는 머뭇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염온의 표정을 살폈다.

염온은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 내가 제안했었지요. 마님께 알리자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녀의 말은 흐려졌고, 낙리는 고개를 저었다.

“누님께서도 알 수 없었던 일입니다. 저 역시 마님이 그토록 격하게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둘째 도련님에게 매수된 자들은 다 쫓겨났습니다.”

“……그 사람들도 안 됐네요.”

염온이 중얼거렸다.

“자업자득이라 생각하긴 합니다…….”

낙리의 말투에는 약간의 냉정함이 배어 있었다.

“돈 때문에 어린 아이에게 손을 댈 계획에 가담하다니.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염온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윗사람의 지시가 분명하고, 심지어 그것이 집안의 후계자라면……욕심이 문제가 아니라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했겠지요.”

낙리는 그녀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침내 살짝 수긍했다.

“……그 말도 맞습니다. 그들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람결이 잔잔히 지나갔다.

“도련님들은……지금 어떻게 되었어?”

줄곧 말이 없던 염석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뭐…….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둘째 도련님이 적당히 사과하시고 첫째 도련님과 막내 도련님이 받아들이시는 것으로.”

“……역시.”

“그래서 처음부터 승상께 직접 알리지 못했던 겁니다.”

낙리의 눈빛에는 잠시 조소가 지나갔으나 누군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일, 바깥에서도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염온의 말에 차를 따르던 낙리의 손끝이 멈칫했다.

“승상가에서 꽤 조용히 정리한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낙리는 찻잔을 내려놓고 시선을 들었다. 짧은 침묵. 표정은 무심했지만, 눈빛만큼은 고요히 염온을 살폈다.

“그런가요? 저는 계속 외출도 못하고 있었어서 몰랐습니다.”

목소리는 평이했다. 감정도, 변명도 섞이지 않았다.

염온은 그의 태도를 다시 한번 떠보려는 듯 입술을 물었다.

“……혹시, 누군가에게 말을…….”

그녀 말끝을 흐렸다. 눈앞의 인물이 그럴 사람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그 틈을 염석이 가볍게 끼어들었다.

“입단속이란 게 그렇지. 담장이 아무리 높아도 연기는 넘어가는 법이야. 아무리 단속해도 아랫사람들 입까지 다 막긴 어려워.”

“…….”

낙리도 희미하게 미소를 흘리며 염석의 말에 동의했다.

“승상가에는 귀도 입도 많지요. 그리고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궁금한 자는 다 알아듣는 법이지요.”

그 말에 염온은 잠시 낙리를 바라보다 시선을 내렸다.

“그래도 뭐, 그 일로 집안이 조금은 정리됐잖아. 그러면 된 거지. 무난히 마무리되어 다행이야.”

염석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염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다지 무난하게 보이지는 않는데.”

“말했잖아. 높은 분들의 일은, 엮이지 않는 것이 제일이야. 우리야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 여기면 되는 일이라고.”

말끝에 살짝 웃음을 붙인 염석은, 더 깊이 말하지 않겠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을 돌렸다.

“점심 시각이 머지않았는데, 요 앞에서 같이 식사나 하고 갈까? 우리가 낼게.”

낙리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한 말투로 사양했다.

“고맙습니다만 어렵겠습니다. 도련님께서 요즘 많이 불안해 하셔서 오래 자리 비우면 한 소리 들을 것 같습니다. 아직 저택 분위기도 좋지 않고요.”

“아……그렇구나.”

낙리가 일어섰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잘 들어가.”

“잘 들어가요.”

낙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염석은 슬쩍 염온을 바라보고는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 중랑장(中郞將) : 중앙군에서 장군 아래 계급의 무관

** 금군(禁軍) : 궁중을 지키고 임금을 호위ㆍ경비하던 친위병.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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