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서, 나에게 묻는다.
나는 가끔 문득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바쁜 일상 속 어딘가에서 한 발 물러설 때, 어느 저녁 산책길에서 해가 질 무렵, 혹은 남들이 퇴근한 사무실 책상에 혼자 앉아 있을 때—그럴 때면 내 안에서 오래도록 머물던 시 한 편이 떠오른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두 갈래 길이 나왔고, 나는 사람들이 덜 간 길을 택했노라,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노라고.
나는 스무네댓 살 무렵, 대학교 영미시 수업 시간에 처음 그 시를 만났다. 창밖에는 연둣빛 잎사귀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때의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시가 말하는 길이 대단히 낭만적이고, 대단히 용기 있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가는 길을 마다하고, 홀로 덜 닦인 길을 걷는 이의 뒷모습에 잠시 눈이 멎었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막연한 동경이 가슴속에 피어오르던 때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 무렵 나 역시 하나의 갈림길 앞에 서 있었다. 취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교사의 길을 걸을 것인가. 나는 결국, 모두가 걸어가는 길—취업을 선택했다. 교사의 꿈은 마음 한편 깊숙이 접어 두었다. 어쩌면 자신이 없었던지도 모른다. 누군가 앞에 서는 것보다, 뒤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돕는 삶이 내게 더 어울린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그리고 나이가 들고, 세상에 발을 딛고,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서게 되었을 때 나는 알았다. 실제 삶의 길들은 시처럼 멋지게 갈라지지도 않았고, 이정표가 친절하지도 않았으며, 어떤 길은 걷다 보면 되돌아올 수 없을 만큼 깊고도 어두웠다는 것을.
나는 덜 용기 있는 선택을 해온 사람이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택했고, 무리한 도전보다는 예측 가능한 삶을 택했다. 그러한 선택들은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때로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길에서 나름의 꽃을 피우고자 애썼고, 작은 성취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려 했다. 다만 어느 날 문득, 혼자 조용히 걷는 길모퉁이에서 가끔 생각한다. 그때 다른 길로 갔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혹자는 말한다. 모든 선택은 그 사람의 성정이 만든 결과라고.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결국 길이란 외부의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무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어떤 길을 걷느냐보다, 그 길 위에서 어떤 발걸음을 내딛느냐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짓는 것이다.
프로스트는 시 말미에 조용히 말한다. 그 선택이 내 삶을 바꾸었다고. 나는 그 말속의 고요한 울림을 좋아한다. 대단히 외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깨닫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덜 간 길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자리, 지금 내 앞의 길을 내가 걸어야 할 길로 삼는다. 선택의 순간은 이미 지나갔고, 나는 그 위에서 나의 하루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삶을 돌아보며 조용히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걸은 이 길 위에서 내가 되어갔다고. 그리고 그것이면 참 충분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