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먹어 더 오래 남는 맛
어린 시절, 소고기는 국이었다.
무들 틈바구니 속에서 익어 있던 고깃결은
명절날이나 잔칫날에야 겨우 밥상에 올랐다.
그마저도 국물 맛으로만 짐작해야 했고,
고기는 어른들의 몫이었다.
입 안 가득 씹어본 기억은, 없다.
소고기를 구워 먹게 된 것은
입사를 하고 나서였다.
처음 불판 앞에 섰을 때,
나는 고기를 어디에 올려야 할지도 몰랐다.
언제 뒤집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고,
눈치 보며 젓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회식과 접대를 지나며
익히는 법을 알게 되었다.
불의 세기와 고기의 두께,
기름 흐르는 소리와 익어가는 색을 눈으로 읽는 감각.
나는 미디엄 웰던을 좋아하게 되었다.
겉은 단단하되 속은 부드럽고,
육향은 풍성하되 과하지 않은 정도.
기름기보단 고기의 맛이 먼저 느껴지는 부위를,
나는 조심스레 뒤집고 천천히 구워낸다.
이젠, 고기를 굽는 내 나름의 방식이 있다.
그 방식 안에는
서툰 시절도,
능숙해진 지금도 함께 있다.
소고기는 자주 먹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먹는 날은 언제나 특별하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식당 문을 열고,
불판 위 첫 고기를 올릴 때면
어느새 오늘이 기념일처럼 느껴진다.
소고기는 순간의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입 안에 오래 머무는 맛이다.
향은 무겁고, 맛은 진중하다.
금세 사라지지 않고,
천천히 퍼지며,
하루의 기억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
불판 위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사람들은 말이 줄어든다.
조용히 익어가는 소리를 듣고,
작은 연기를 바라보며
어쩐지 삶을 곱씹는 마음이 된다.
소고기는 그렇게,
한 점의 위로가 된다.
지친 날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예의가 된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소고기를 굽는다.
그 안에는
어린 날의 기다림도,
초년의 서툼도,
지금의 나도 함께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고기의 맛이 오래 남는 것은
그 자체가 귀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건 어쩌면,
삶이 스스로를 대하는 한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