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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Mar 10. 2024

100-7 남편의 취미생활

평소보다 빨리 퇴근한 남편이 저녁 약속이 있다며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왔다. 그리고 나갈 채비가 끝난 남편이 이번 주 휴일엔 아이랑 뭐 할 거냐고 묻는다.

“글쎄, 토요일은 세이 센터 수업 다녀오는 거고 일요일은 아직 계획 없어. 왜?”

“나 거래처 사장님이랑 낚시 가니까 알아서 계획 잡으라고”

남편은 토요일까지 출근을 했고 일요일은 취미생활을 한다. 신혼 때는 직장인 야구 모임을 3개씩 했고 골프와 낚시도 했지만 이제는 야구 모임 1개랑 낚시만 꾸준히 한다. 내게 낚시를 간다는 얘기는 지인을 초대해 집에서 아이들을 실컷 놀려줘도 된다는 거다.    

  

내 아이가 외동이니 나는 남편이 집을 비울 때마다 또래들을 초대해 파자마 파티를 해줬다. 그 덕분에 우리 집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아이도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사춘기가 온다는데 어차피 이런 시간도 나중엔 그리울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한 아이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었다. ‘어떡하지? 이번 주는 나도 방송대 과제랑 책도 읽어야 해서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마침 학원 수업을 끝내고 들어온 아이에게 물었다.

“세이야! 아빠 이번 주 낚시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뭐 하고 놀까?”

“이번 주? 승현이 누나랑 정호 초대하자! 승민이도 오라 하고.”

아이의 피곤해진 눈이 어느새 생기를 찾은 듯했다.

“그래? 엄마는 좀 쉬고 싶었는데?”

내 공부를 한다고 하면 남편은 분명 아이 내팽개치고 너 할 일만 하냐고 핀잔을 줄 거라 적당히 둘러댔다. 그러자 남편이 하는 말,

“야! 집에서 놀면서 뭐가 피곤하노? 하여튼 게을러터져서. 세이야! 친구들 초대해서 놀아”

헉! 나만큼 몸을 바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남편은 아이에게 큰 인심을 쓰고 나갔다. 우리 부부는 늘 이렇다. 서로에 대해 존중과 배려가 없는 부부. 이렇게 우리는 터질 듯 말 듯 겨우 살아간다.

“알겠어. 세이야. 하지만 너가 해야 할 숙제는 다 하고 놀아야 한다. 매일 해야 할 건 미루지 않아야 해”

그렇게 나는 아이에게 친구들 초대로 풀어질 습관을 다시 한번 다짐받았다.  

    

처음엔 남편의 말투와 행동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남자와 여자의 심리,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등 결혼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서적이나 방송도 많이 봤다. 그러나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가 상황에 맞지 않게 갑자기 튀어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기에 남편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자기가 자라면서 듣기 싫었던 말들을 내게 쏟아내고 있구나, 아내가 하는 일에 축하와 응원보다 비야냥과 열등감이 먼저 나오는 건 그동안 주변의 관심이 부족해서 자기를 봐달라는 거구나’ 남편의 여러 가지 태도를 자라온 상황과 심리 상태로 연결하니 자연히 이해되고 마음이 풀렸다. 오히려 그런 남편이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내게 “부처냐? 성모마리아냐?”라고 묻지만 이런 경우를 보고 부부관계는 살아봐야 알고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 것 같다.

    

#책과강연#백일백장#16기#남편#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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