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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Mar 09. 2024

100-6 아이의 여자친구

밥상머리 교육이란

이번 주는 아이가 새 학년이 되어 적응하는 기간으로 학교생활이 궁금해 저녁식사시간이 되면 나는 아이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밥상머리교육’이 있듯이 나는 결혼 전부터 가정을 꾸리면 이 문화를 꼭 실천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 남편의 조건은 돈은 많이 벌지 못해도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거였다. 울산은 대기업위주의 공장이 많은 곳이라 보통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교대근무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기준을 후회하기도 한다. 결혼은 현실이다. 상여금이나 복지 혜택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고 급여가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좋다. 저녁마다 반찬거리를 걱정하며 먹는 것에 예민한 남편 비위를 맞추느라 퇴근 후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가볍고 편하게 먹는 것이 좋다. 요즘 주말부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이왕이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결혼 전 내 나름대로 기준으로 이러한 조건의 남자들은 모두 거절했으니 내 발등 내가 찍은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음식 맛이 전혀 늘지 않고 오히려 집안 살림살이에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것을 결혼 후 알았으니 말이다.     


저녁식사시간. 학원을 다녀오고 막 씻은 아이가 식탁 앞에 앉았다. 식탁 위 반찬들을 정리해 놓으며 남편과 나도 한 자리씩 차지했다.

“세이야, 개학하고 학원까지 가야 해서 힘들지? 오늘 학교생활은 어땠어?”

엄마의 궁금증을 파악한 아이가 대답했다.

“응 힘들었어. 학교는 좋아. 선생님도 정말 좋으셔. 선생님이 실수했다고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말했어. 정말 좋으신 분이지?”

선생님이 사과한 행동에 아이는 신기함과 함께 감동을 받은 듯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코로나가 심했던 시기라 자주 휴교했었다. 7세나 8세나 아이의 인지발달이 왕성할 때 규칙적인 등원, 등교는커녕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가 행여나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나는 걱정스러웠다. 이제껏 만났던 담임선생님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었고 생활지도도 옛날 방식이어서 맘카페에서 난리 난 상황들이 내 아이 반임을 나중에야 알기도 했다. 학교마다 다른 건지 담임마다 다른 건지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는 정도가 너무나 차이가 났다. 지인들은 6학년까지 보낼 거면 잠자코 있으라 조언했다. 오히려 전화 오지 않는 게 적응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아이의 학교 상담이나 생활 지도표를 보면 괜찮은 편이라 나도 더 이상 궁금한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남편의 질문이 시작됐다.

“세이야, 여자친구가 많아? 남자친구가 많아? 예쁜 아이들은 많은 것 같아? 어때?”

아이가 의아한 듯 눈이 동그래졌다. 평소 ‘여자친구’라는 단어에 수줍음과 거부 반응을 보이는 아이였다.

“몰라! 기억이 안 나!”

“야! 왜 그것도 몰라. 너 여친 생기면 뭐든지 다 지원해 준다고 했잖아. 엄마는 그런 거 이해 못 해! 아빠한테 몰래 얘기해 알겠지? 용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줄게”

아이의 거부 반응이 귀여운지 매번 여자친구 이야기로 시작했다 끝나는 남편의 주젯 거리다. 그리고 개방적이고 좋은 아빠 이미지로 남고 싶은지 엄마는 꼭 이해 못 하는 꼰대로 낙인 시켜 버렸다.

“아니야 아빠! 엄마가 여자친구 생기면 집에 초대하라고 했어. 맛있는 거 만들어 준다고.”

“야! 다 거짓말이야 니는 엄마 말을 믿냐? 엄마는 니 여자친구 생기는 거 제일 싫어해!”

또 이렇게 저녁 식사의 대화는 자기 말만 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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