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오디오하는 재미는 만지작거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결코 음악을 듣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고방식은 내가 싱글 앰핑보다는 멀티 앰플리파이어 방식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내가 처음 시도한 멀티 앰플리파이어 시스템은 무모하게도 18인치 우퍼를 가진 스피커를 베이스로 했다.
JBL 4345 스피커를 매킨토시 MC2600을 저역을 담당케 하고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모 앰프를 중고역에 물렸었다.
이때는 출력만 높으면 댐핑 능력도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MC2600이 18인치 우퍼를 제대로 구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멀티로 구동을 하더라도 싱글 엠핑에 비하여 나아지지도 않는 성능과 4345의 크기에 질린 와이프의 성화에 못 이겨 4344까지 오게 되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JBL 4344는 스피커 뒷면의 단자를 싱글에서 멀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경우 저역은 네트워크에서 분리되어 파워 앰프와 직결할 수 있고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90Hz이다. 중고역은 그대로 기존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게 된다.
4344를 멀티 앰핑으로 구동하기 전 여러 매칭기기들이 잘 구비되어 있었거나 일부는 새로 구매하였다. 우선 멀티 앰플리파이어 시스템의 통제소에 해당하는 채널디바이더는 마크레빈슨 LNC-2가 수중에 들어왔다. LNC-2는 마크레빈슨에서 가정용 최고급 기기로 만든 것으로 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다.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크로스 오버 주파수 변경은 가변식이 아니고 고정식이다. 당시에 내가 구한 것은 4344를 멀티로 구동할 경우 표준적으로 제시된 290Hz 모듈을 달고 있었다. 이렇게 크로스오버가 모듈별로 지정되어 있어서 지금은 구하기 어렵지만 구할 수만 있다면 별도 모듈을 구하면 크로스오버주파수를 변경할 수 있다. 특징 중 하나는 좌우에 각각 2개의 볼륨이 달려 있어 총 4개의 볼륨을 가지고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저의 역량에 따라 초 정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볼륨 외에 시간 지연 회로, 감쇠특성 선택 등의 기능은 없다. 음질적 특성으로는 채널디바이더는 이러해야 한다는 극히 표준적인 경향이었다. 아주 평탄하고 자연스러운 음을 내준다. JBL유저인 경우 4344, 4345, 4355등 43 Series에 최적의 디바이더라고 말할 수 있다.
4344의 저역을 담당한 앰프는 태광 아너 M375였다. 멀티 앰플리파이어 시스템에서 저역을 담당하는 앰프의 제1 조건은 구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구동력은 강력한 전원 트랜스포머에서 나온다. M375는 이런 조건을 완벽히 구비하고 있었다. M375는 스테레오 기기지만 구성은 모노럴이다. 내부에 강력한 전원 트랜스포머를 두 개나 가지고 있다. 4344의 15인치 우퍼를 넉넉하게 울려 주었다. 일말의 아쉬움도 남겨주지 않았다. 게다다 A Class 작동이라서 질감까지도 뛰어났다.
4344의 중고역을 담당한 앰프는 퀵실버 KT88이었다. 내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는 멀티 앰플리파이어 시스템에서 중역 이상은 진공관 앰프와 매칭하라는 것이다. 특히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장착한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 질감의 표현에서 진공관 앰프가 뛰어나다는 것은 가설이라기보다는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 당시에 KT88관이 테슬라 신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344를 잘 울려주었다. 고전관을 꼽았으면 더욱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었겠지만 그 당시 이 정도가 내가 투자할 수 있었던 한계였다.
자작 트랜스프리, TEAC CDP 등으로 아래와 같이 멀티 앰플리파이어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4344는 오크 원목으로 만든 받침대를 대었고 뒤에 두꺼운 쿠션을 넣는 등의 튜닝을 하였다.
4344 멀티 앰플리파이어 시스템은 수많은 경험자들이 증언하듯이 그 효과는 즉각적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구축해 놓으면 아무 불만이 없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 편안함 속에서 음악을 듣다 보면 스르륵 잠이 오기도 한다. 느긋하니까. 다이내믹이 극적으로 개선되고 에지가 선 탄탄한 저역을 바탕으로 혼형 특유의 선명하고 샤프한 음이 재생되었다. 저역의 향상은 중고역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중역의 경질감이 감소되어 나긋나긋하고 생기 있는 음으로 돌변했다. 멋지게 한번 울려 보시려면 김일륜 씨의 가야금 산조 농현을 프리 볼륨을 12시까지 올려놓고 들어 보시길 권한다.
아파트라 하더라도 이웃집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들어 볼 수 있다. 혹자는 오르가슴 비슷한 것을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맥박이 빨라지고 머리가 멍한 상태가 되는 뭐 그런 현상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