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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심전 Jan 28. 2023

JBL 4343 멀티 구동에 대한 추억

2000년대 초중반 모 인터넷 사이트의 동호인들이 드나들던 아지트가 용산에 하나 있었다. 김 모님이 사무실 겸 오디오룸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단독 주택형의 2층 집으로 아래층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했던 점은 음량을 마음껏 올려도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 당시 출판업에 종사하시던 김 모님의 많은 책들이 사무실 안에 쌓여 있어 음향적으로도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출입하던 동호인들에게는 금상첨화에 같은 천혜의 조건이 하나 더 갖추어져 있었는데, 당시 김 모님이 독신이어서 안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오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동호인들이 감수해야만 하는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이는 주인장께서 엄청나게 큰 음량으로 음악을 즐기는 성향 때문에 귀가 꽤 혹사당해야 했다는 점이다                                         

JBL 4343에 독수리 혼 조합


내가 김 모님을 처음 만날을 때 이 분이 가지고 있던 스피커는 JBL L300이었다. 어느 날 스피커가 JBL 4343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우리들의 다양한 실험들이 시도되었다. 첫 번째 시도는 4343의 중고역 배플을 분리해서 90도 좌측으로 돌린 후 4343을 가로로 뉘어서 세팅한 거였다.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대형 혼들을 위어 얹어 세팅하기에는 가로 배치가 시각적으로나 구조상으로나 더 나았다. 


두 번째로는 4343과 알텍 288B+805A혼의 결합해서 멀티로 구동을 시도해 보았다. 당시에 이베이에서 아래 사진상의 알텍 유닛들을 들여왔는데 집에 두기도 부담스러워 김 모님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사용해 보게 하였다. 두 브랜드의 이질적인 조합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4343의 고유의 색깔은 탈색되고 대형혼과 대형드라이버에서 나오는 시원스럽고 호방한 사운드로 변모해 버렸다.  

알텍 805혼 과 288B 드라이버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신선하기는 했으나 고유의 4343 사운드에서 많이 벗어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는 없었다. 4343의 특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선회를 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JBL 2395 혼(일명 독수리 날개)이 수중에 들어와 이 혼과 4343에 내장된 2420 드라이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로 하였다.

2420 드라이버를 벌집혼, 2350, 독수리 날개 같은 대형 혼에 연결하려면 1인치 to 2인치 어댑터를 써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 첫 번째 사진과 같이 4343 전체를 가로로 뉘어 Setting을 변경하는 것이 가로의 길이가 90Cm인 2395 혼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구동은 싱글과 멀티를 병행해 가며 비교해 보기로 했다.


4343은 4344와 마찬가지로 스피커 뒷면에 멀티 앰핑용 단자가 있으므로 손쉽게 멀티용으로 전환된다. 저역은 파워 앰프와 직결하고 중고역 이상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간이 멀티앰플리파이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2420 드라이버는 4343의 네트워크에 와 연결된 선을 다른 선으로 연장하여 결선했다.  


싱글 구동이나 멀티 구동이나 동일하게 대형혼과 Compression driver에 의한 특유의 다이내믹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4343은 2420이라는 우수한 드라이버를 내장하고 있지만 인클로저의 한계로 인하여 소형혼과 매칭되어 그 성능을 100%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족쇄를 풀어주고 대형혼과 매칭시켜 주니 대형 드라이버에 못지않는 호방하고 시원시원한 사운드를 구현해 주었다. 어차피 2420은 1200Hz 이상만 재생해 주면 되기 때문에 500hz까지의 중역대 재생의 부담에서는 자유롭다. 


4343의 멀티 구동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좀 남아있다. 그 당시 멀티용 앰프는 저역 및 중고역 모두 Crown DC-300 AII였다. 이 앰프는 저역의 구동력에 있어서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지만 중고역을 질감 있게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우수한 진공관 앰프로 중고역을 담당시켜 보았으면 무언가 또 다른 차원의 음이 재생되었을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채워 넣어 보고 싶은 부분이다.

김 모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사무실과 4343을 정리하고 우리들 곁을 떠났다.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사랑방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런 행복한 공간과 시스템은 아직까지 나에게 다시 찾아오지 않고 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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