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명품 웨버
텃밭에 상추를 길러 그릴의 장작불에 삼겹살을 구워 싸 먹는 꿈은 5도 2촌의 삶을 고려하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도 집을 구하자마자 허겁지겁 그릴에 불부터 피웠다. 가장 강렬한 욕구부터 해소해야 했다. 욕구 분출의 쾌감은 강렬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의 유전자에 축적된 익힌 지방의 고소함에 탐닉은 현대에 들어서고 강도가 더해만 가고 있나 보다. 절정이 지나가자 조연이 눈에 들어왔다. 바비큐 그릴이다. 프라이팬, 철판, 철망, 돌판과 같은 도구에 불만 있으면 바비큐는 할 수 있다. 바비큐에는 삼겹살과 등심의 질이 중요하지 도구는 주연이 아니다. 연곡리와 미르마을에서 서로 상반된 품질과 기능을 가진 그릴을 써보았다. 대비 효과를 통해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완벽한 물건을 쓰는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연곡리 바비큐 그릴
연곡리 집을 확정하고 나서 바로 바비큐 그릴을 샀다. 5월에 입주를 했으니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기능이나 디자인은 고려하지 않고 가성비로만 선택을 했다. 집에서 전기 그릴만 사용하던 바비큐 초보라서 무엇이 좋은지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도 몰랐다. 함마톤으로 분체 도장을 한 강철 재질의 직사각형 본체와 접이식 다리를 가진 모델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5만 원 정도 주고 샀다.
아내와 단 둘이서 그릴을 사용하던 첫날을 기억한다. 집 옆 산에서 고사한 참나무 가지를 잘라와서 숯 대신 사용했다. 불이 잘 붙는 잔 가지를 먼저 태우고 나서 굵은 나무를 그 위에 얹어 주었다. 어린 시절 아궁이에 군불을 때던 기억 그대로 했다. 굵은 나무들이 타고나서 연기가 나지 않을 때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참나무 숯불에 삼겹살이 5월의 햇살 마냥 윤기 있게 익기 시작했다. 그릴은 마당에 두고 데크 위 햇빛을 가린 야외용 테이블에 음식을 차렸다. 고기를 굽기에 번거롭 긴 했지만 열기와 연기를 테이블에서 멀리하고 봄날의 싱그러움 속에 삼겹살을 즐기고 싶었다. 1년간 집을 찾아 헤매면서 전원 속 바비큐 파티를 상상만 해왔다. 그때 그 순간 꿈을 실현하고 있었다. 참나무 향이 은은하게 스며든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어 씹는 순간 5도 2촌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미각이 뇌에 감탄을 전송하고 있는 그 시점에 시각은 고기 한 점에 감격한 아내의 얼굴을 비추어 주었다. 완벽하다고 할 만한 첫 번째 바비큐였다. 싸구려 그릴을 사용했지만 그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집을 둘러싼 푸른 숲과 참나무가 구워 낸 삼겹살이 도구의 부족함을 감싸 안아 드러내지 않았다.
연곡리살이 첫해에는 텃밭을 구하지 못해 바비큐에 직접 기른 채소를 곁들이지 못했다. 로망의 절반만 실현됨 셈이다. 이듬해에는 옆집 주민의 배려로 10여 평의 밭을 무상으로 할애받아 채소를 기를 수 있게 되었다. 텃밭 입구에 적상추, 청상추, 케일, 쑥갓과 같은 쌈채소를 길렀다. 물론 유기농으로 재배했다. 밭에서 채소를 바로 따서 물에 한 번만 헹구어 먼지만 씻어내고 먹었다. 아내는 들깻잎을 좋아했고 나는 어릴 때 자주 먹어 각인된 쑥갓의 독특한 향을 좋아했다.
연곡리에서 2년 생활하는 동안 가족, 친척, 친구, 직장 동료들을 초청해서 힘드는 줄도 모르고 바비큐를 해 주었다. 자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에는 식사 후에 그릴 위에 참나무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워 주었다. 불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감정을 풍부하게 하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 맥주만 내어 주면 주인이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 두어도 모닥불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간다. 바비큐는 한 시간 정도만 불을 피우면 되지만 모닥불은 두세 시간 이상을 지속하게 된다. 더군다나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서 불꽃이 피어나도록 나무를 지속적으로 넣어 주어야 한다. 우리 집 강철 바비큐 그릴에 사달이 난 시점이 모닥불을 두 번째로 피웠을 때였다. 모닥불의 열기를 견디지 못한 그릴의 몸통이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덩달아 발들의 수평이 흐트러져 바로 세우기도 어려워져 버렸다. 가성비로만 선택한 그릴로부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복수를 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릴은 바꾸지 않고 불편하나마 계속 사용했다. 2년간 혹사당해 찌그러지고 망가진 그릴은 연곡리를 떠날 때 철제 재활용품 칸에 매정하게 버렸다.
웨버 바비큐 그릴
미르 마을로 이사해서는 바비큐 그릴의 선택 기준에서 가성비는 제외했다. 연곡리에서 사용했던 강철 그릴은 한 번으로 족했다.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고기가 선사해 주는 미각의 즐거움과 시각의 강렬함을 알았으니 사용의 즐거움을 더 해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 보기로 했다. 특히 내구성을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특정 물건에서 부족함이나 불편함을 느낀 사람은 다음에 동일한 물건을 고를 때 학습효과가 강하게 작용한다.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기준에서 선택된 브랜드가 웨버였다. 웨버 그릴은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바비큐 그릴 전문 제조업 체다. 내열 코팅을 해서 칠이 쉽게 벗겨지지 않고 녹이 생기지 않는 강한 내부성을 자랑한다. 실제 사용해 보니 수 차례의 참나무 장작 모닥불에 끄덕도 하지 않았다. 일말의 비틀림도 관찰되지 않았다.
그릴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 품질의 우수성과 사용의 편리성을 사용하면서 눈과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고품질의 스테인리스 석쇠가 적용되었고 원터치 클리닝 시스템으로 간편한 청소가 가능하다. 그릴 내부 온도계가 장착되어 있어 간접구이 훈제 바비큐 할 때 쉽게 내부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재받이통이 본체 아래에 장착되어 있어 깔끔한 청소가 가능했다. 탈부착이 쉽도록 되어 있어 청소의 부담감도 덜했다. 뚜껑을 덮었을 때 손잡이가 뜨겁지 않도록 방지해 주는 방열판이 장착되어 있고, 뚜껑 안쪽에 걸쇠가 장착되어 그릴 사용 중에 뚜껑을 본체에 안전하게 걸어 둘 수 있다. 직화구이와 간접구이 모두가 가능한 그릴이다.
바비큐 애호가들의 목소리가 요소요소에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눈에 거슬리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으로 완벽하게 처리했다. 일견 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쓰면 쓸수록 바비큐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자그마한 몸체에 오롯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디자인의 멋스러움과 사용의 편리성은 탁월한 감각을 지닌 천재 디자이너의 손에서 바로 탄생하지 않는다. 명석한 두뇌보다는 고객의 쓴소리에 오랜 시간 귀 기울여온 회사의 열린 정책에서 탄생했다고 봐야 한다. 더디지만 끈질기게, 작은 고객의 지적도 소중하게 여기며 제품에 반영해 온 결과가 현재의 고품질 제품이 되어 고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평범하게 탄생했을 제품이 비범한 제품으로 탈바꿈된, 다 아는 공개된 비밀이지만 아무 회사나 실천하지 못하는 비법이다. 세팅에서 시작하여 청소의 마무리까지 어느 과정 하나 허투르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어설프게 돈과 타협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동의 편의성, 건강을 선택한 재료 선택, 오래 쓸 수 있도록 한 마감처리, 다양한 바비큐 환경을 고려한 다용도 기능, 청소하기 편한 마무리까지 사용신에 맞추어 실용성과 편리성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튼튼하고 편리하면서 기능적으로 완벽한 물건을 쓰는 재미는 쏠쏠하다. 고기 맛을 즐기면서 가족과 웃고 떠들 수 있는 바비큐를 하는 횟수를 더 갖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 준다.
바비큐를 시작할 때의 설렘과 기대감은 회 수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번거로움으로 변질되어 가기 시작했다. 바비큐 접대는 힘이 들고 돈과 시간을 요구했다. 바비큐를 하는 회 수가 시나브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용인 생활 3년 차부터 웨버 그릴은 애들이 친구들을 초대해서 쓰고 우리 부부는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쓰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아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 듯했다.
용인 집을 팔고 나올 때 웨버 그릴은 동서에게 주었다. 오 년을 썼지만 외관과 기능에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넘겨줄 수 있었다. 동서가 당진에 있는 고향집에 가져다 놓고 잘 쓰고 있다. 명품은 시간의 검증을 거쳐봐야 만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웨버 그릴은 내가 써 본 제품 중 몇 안 되는 진정한 생활의 명품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