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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Apr 10. 2023

명답은 많아도 정답은..

                            질그릇 같은 삶


친구들 단톡에 들어가 보니 한 친구가 새 차 자랑을 합니다.

모든 친구들이 톡을 읽었는데 단 한 줄의 답도 없더군요.

고급 차량도 아닌데 왜 그리들 인색한지..


"잘했다! 안 그래도 자네 차량이 오래되어서 안전 걱정도 되었는데..

이젠 마음껏 여행을 다니시게나' 답을 주었습니다.


저도 몇 달 전에 픽업트럭으로 교체를 했습니다.

장작도 구입도 할 수 있고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끄러운 승용차보다는 승차감은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거나 장터 구경 외 장거리 운전에도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솔직히 저도 한때는 보여 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왕 구입을 하는 차.. 10년을 바라보고 구입을 하자는 핑계를 대면서..

하지만 지금은 제 삶에 맞는 차량 선택으로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골동품에 대한 프로를 보다 보면..

명품 도자기 가격을 보고 놀란 적은 많았지만,

도자기의 가치에 대하여 전문상식이 없는 덕분에 탐나지는 않았습니다.

속으로 저 돈이면… 하면서 어마어마한 가격이 부러웠습니다.


 



오래전 지리산 찻집에서 사 온 질그릇이 있습니다.

투박한 듯하지만, 매끄러운 고급 도자기보다는 왠지 정겹게 느껴집니다.

질그릇은 자기의 용도에 대하여…. 나름의 충분한 가치를 지닌 듯 여겨집니다.


눈으로만 감상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고가의 명품 도자기보다는

평소 손쉽게 다룰 수도 있고,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질그릇 같은 삶..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일은 각자에게 달려 있듯이

질그릇은 어찌 보면, 늘 고귀한 척 만 하는 도자기보다는 더 가치 있는 

우리네 삶에 더 가치 있는 그릇은 아닐까요?


저 질그릇에 인생이라는 가치를 잘 버무린 나물처럼 정성 들여서 담아야 합니다. 

도자기처럼 외형적인 조건을 내세우면 세상과의 타협과 흥정이고,

질그릇처럼 실제의 가치를 알면 명품 도자기와 비교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매끄러운 도자기 같은 삶보다는..

투박하지만, 질그릇 같은 삶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이유는.. 제 삶이 도자기처럼 남에게 보여 주는 삶을 살아온 듯합니다.

질그릇처럼 나 자신의 가치를 외면하면서...

늦었지만, 그나마 질그릇의 가치를 조금씩 알아 간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삶에 명답은 많아도 정답은 없는 건 아닐까요?

그 누구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도 간혹 필요합니다.


귀촌 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가장 큰 힘이 된 건 자식들 모두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나를 위해 귀촌을 했다는 건 지독한 자아(自我) 일 수 있습니다.

살아오는 과정 중에서 가슴속에 간직했던 인연이 소멸되어 가는 건 감수해야 합니다.


하루하루 이쁜 짓 하면서 크는 손녀와 육아로 고생을 하는 딸을 보면..

아버지란 사전에는 "나"라는 주어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우리'라는 주어만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횡설수설로 마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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