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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는 틈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모르고 사는 우리들

핸드폰도 쉬어야 합니다.

by 초보촌부


오늘 막내딸 녀석에게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복돌이(강아지)랑 산책을 다녀오느라 못 받았다고 변명을 했습니다만..

솔직히 귀촌 후 핸드폰은 하루에 서 너번 확인을 할 정도입니다.

하도 딸들과 친구들에게 구박(?)을 받아서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잠시 옛 추억에 잠겨 봅니다~~


토요일(그 당시 오전만 근무) 근무가 끝나자마자 같은 부서의 동료들 술 유혹을 뿌리치고

약속 장소로 가던 중에 교보문고에 들려서 그녀에게 줄 생일 선물로 책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늘 만나던 다방에 도착을 하여 즐겨 앉았던 창가 쪽에 앉아서 기다립니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짧은 문구의 생일 축하 편지를 써서 책갈피에 넣어 둡니다.

늘 지각을 하던 여자 친구.. 월 말이라서 그런가? 30 분이 지났는데도 오지를 않습니다.

그녀의 회사로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습니다.

혹시 무슨 사고가??.. 기다리다 지쳐서 카운터에 메모를 남기고 결국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당시는 친구나 여자친구와 약속을 해도 상대가 늦으면 연락을 할 방법이 딱 히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중에 삐삐가 나와서 벨트에 차고 다니다가 시티 폰으로 바꾼 기억이 납니다.

초창기 핸드폰은 고가라 일반인들은 구입을 하기 힘들었고 통화 품질도 좋지 않았습니다.

제일 만만한 게 공중전화였고, 장거리 전화는 비싼 요금으로 간단하게 통화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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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통화도 하고..

지도책 대신에 전화기로 길을 찾고..

은행을 가는 대신에 전화기로 돈을 받고, 보내고..

이제는 핸드폰 없으면 단 하루도 제대로 생활을 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제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잔소리가.."왜 전화를 안 받냐?"입니다.

복돌이랑 산책을 하거나, 텃밭에서 어영부영할 때도 핸드폰을 거실에 두고 나갑니다.

운전 중에는 전화를 절대 받지를 않습니다. 이어폰도 챙기기 귀찮아서 지참을 안 합니다.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한 후에 통화를 하거나 카톡 내용을 확인합니다.


오히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들고 있는 친구나 지인분들을 뵈면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모두가 핸드폰 노예가 되었구나.. 그런 생각에..

물론 핸드폰이 실생활에 무척 중요한 물건인 건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분, 초를 다투는 직업인도 아닌 저는 좀 느긋한 편입니다.

정말 급한 일이면 전화를 하겠지.. 합니다.


핸드폰에 대한 제 시선은 좀 냉정한 편입니다.

잠을 자면서도 베개 옆에 두고, 밥을 먹으면서도 수시로 핸드폰을 쳐다보고..

심지어 위험한 횡단보도에서도 핸드폰에 집중을 하고 걷는 젊은 친구를 보면 아찔합니다.

이런 게 정상적인 삶의 자세일까요..?


소중한 정보를 확인을 하거나, 중요한 업무를 할 때 집중을 하는 건 100%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걷거나 산행 중에 핸드폰을 꼭 들고 다니는 분들은 이해가 안 됩니다.

운동이나 산행 중에는 자신의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바람도 느끼고..

핸드폰은 가방이나 배낭에 넣고, 자신의 발걸음이나 세어 가면서 걷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핸드폰의 위력이나 편리성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내고 발전을 시켰지만, 핸드폰이 내 삶의 중심이 된다는 건 거절을 합니다.

생활의 필수품이지만 가끔은 거리를 두곤 합니다.

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는 도로 안내판을 보고 가거나.. (못 찾으면 그때는 사용)

잠을 잘 때는.."자네도 하루 종일 수고했으니 거실에서 푹~주무시게" 하면서 폰을 끕니다.


가끔이라도 핸드폰에서 잠시만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요일 가야산 산행 중에 앞서서 가시는 분이 핸드폰을 꼭 쥐고 오르시더군요.

장중하고도 신비로운 생명의 힘을 인간의 생명 안에 불어넣어 준 것은 자연은 아닐까요?

자연을 벗 삼는 순간에도 세상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그분을 보고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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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는 틈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모르고 사는 우리들...

무수한 세상 정보에 대한 탐색의 욕구를 버리지 못하는 우리들..

공중전화 앞에서 길게 줄 서서 앞사람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시절..

전화기가 없어서 구멍가게에서 전화를 걸던 시절..

할머니에게 안부를 전 하려면 편지뿐 이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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