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금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

산적 아저씨가 그리워

by 초보촌부


오래전...


막둥이 녀석이 자주 귀가 시간이 늦어서 잔소리를 했습니다.

'요즘 귀가 시간 약속 안 지키네?'

'아버지~~ 봐줘요.. 요즘 일이 바빠서 헤헤~'


저는 가부장적이고 독재 아빠였음을 인정합니다.

딸아이들 시집가기 전까지 귀가시간을 11시로 정 한 독재자 아버지입니다.



통행금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


중앙시장 어두운 골목길 전봇대 뒤에서 눈치를 살 피는 세 녀석..

방범대원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에 냅다 튑니다.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던 요 녀석들..

방범대원 아저씨를 놀리면서 여유 있게 도망을 가다가 결국에는 포위가 됩니다.


아~~ 그 낭패감이란..

그중 한 녀석이 갑자기 유일하게 불이 켜진 한 닭집 안으로 들어가서 사정을 합니다.


'아저씨 군대 갈 친구랑 술을 마시다가 통행금지 시간을 넘겼어요..

방범 아저씨들 갈 때까지만 봐주세요~'


맘씨 좋으셨던 그 아저씨는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닭장차(그 당시 경찰 호송 차량)를 타는 걸 겨우 면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모임 약속으로 왕십리 중앙시장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약속 식당을 더듬더듬 찾아가는데 한 골목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그 골목길....

아 ~오랜 세월 잠자고 있었던 아련한 추억과 마주했습니다.


청년시절 추억이 담긴 닭집이 있었던 골목길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와서 그 골목길을 잠시 걸었습니다.

넉넉했던 한 아저씨의 닭집은 없어졌지만, 골목길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습니다.


..


전봇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30촉 전등불도 제 눈에는 보였습니다.

호루라기를 불면서 저희들 쫓아오시던 방범대원 아저씨도 보였습니다.

긴 장발 머리를 휘날리면서 도망을 가는 녀석들도 보였습니다.

..


다행히 제 기억은..

그 시절 통행금지 시절에 대하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호응을 해주는 듯했습니다.

방범대원 아저씨를 따돌릴 달리기가 지금은 너무 버거워서일까요?

아니면 통행금지가 그리워지는 나이라서 그랬을까요?


그 당시 주점과 나이트클럽에서 통행금지 시간이 가까워지면 흘러나온던 음악이 생각이 납니다.


빠빠빠 ~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


..



네~~ 또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를 쫓아오시던 방범대원 아저씨들도...

철없는 세 녀석을 라면까지 끓여 주시면서 재워 주시던 아저씨도..


세 녀석 모두 장가를 든 후 한 녀석이 느닷없이 그 아저씨 이야기를 하더군요.

술 한잔한 김에 찾아가서 인사도 드리고 친해진 아저씨..

그 당시를 기억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등을 두들겨 주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나중에 제 친구들이 아저씨 별명을 지어드렸습니다.

닭 잡는 모습도 무섭고 인상도 험악해서 산적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그 별명을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인상은 산적인데 법 없이도 산다는 말이 그분을 위해서 생긴 말은 아닌지..


큰 따님을 시집보내시고 뭐가 그리 급하시다고 아주머니를 바로 따라서 가신..

오늘 그 산적 아저씨가 문뜩 생각이 나서 글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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