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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May 17. 2023

엿장수 아저씨

50년 만에 고백을..




엿장수 아저씨의

철커덕철커덕 가위장단 소리가 왕십리 골목에 울려 퍼 집니다 

그 순간 골목서 뛰어놀던 개구쟁이들 삽시간에 사라집니다  


구멍 난 양재기나~~

못쓰는 놋그릇 받아요~~

헌 고무신도 받아요~~


제법 쓸만한 것을 엿 바꿔 먹다가

어머님께 오지게 맞은 기억이 있는 요 녀석 침만 삼킵니다



간식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시절

바꿔먹을 고물은 없고 

어머니에게 엿 사달라고 할 형편이 안 되는 걸 알았던 녀석..







멍~~하니 엿장수 아저씨를 애처롭게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 순간

엿장수 아저씨 저에게 다가오더니 엿 부스러기를 주시더군요


"엿 맛 좀 봐라"....  

그의 표정, 웃음끼 없고 그렇다고 악의도 드러내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

세상에 대한 체념이나 원망이 들어있는지는 어린 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평소 그 엿장수 아저씨가 보여 주시던

쾌활하고 수다스러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서더군요


엿 부스러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데..

요 녀석 머리에 번뜩 스쳐가는 장독대 위의 촛대

주인집 할머니께서 치성을 드릴 때 사용하던 촛대를 그만 스을쩍..


그리고

시치미 뚝..


주인집 말썽꾸러기인 상옥이 형은 그날 저녁 오지게 맞았습니다

범인은 요 녀석인데...


상옥이 형아 ~~~!

50 년 만에 형아에게 고백하네요


만지면 바스락 거리며 부서질 것 같은 아련한 추억입니다

요즘처럼 먹거리와 간식거리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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