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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Jun 06. 2023

싹수없는 중생

어영부영하는 삶일지라도


거실 청소 후 커피 한 잔을 하면 하루의 시작~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끝내고 녹차 한 잔을 하면..

아~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잘 마무리를 했구나.. 하면서 스스로 뿌듯해합니다. 

어영부영 삶이지만, 귀촌의 삶은 나름 의미를 부여할 여지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에 대한 욕심을 자의에 의해서 내려놓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자의든 타의든 무관합니다.

내려놓은 척했을 뿐이지 완벽하게 내려놓는다는 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만..

쉴 틈 없이 달리는 경쟁이란 대열에서 멀미가 나서 멈췄을 뿐입니다.

어찌 보면 빨리 달려야 할 목적지가 없기도 합니다만.. 


지금 생각하면 제 자신이 안쓰럽더군요.. 좀 더 일찍 욕심을 내려놓지 못 한 아쉬움이랄까..

그동안 받아왔던 탄력으로 완벽한 멈춤을 할 수가 없더군요. 

세상이 환해졌다는 건 아직도 못 느끼겠습니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제 시각이 조금 더 넓어졌다는 건 느낍니다. 


늘 조바심을 달고 살았는데..

그 조바심이 게으름으로 변질을 했지만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멈춤이란 제 철학에서는 없습니다... 세월이란 장강처럼 흘러갈 뿐이지요. 




언젠가 사찰의 강연회(?)에서 한 스님께서..

대장부로 태어나 가족을 두고 입산을 하여, 오직 진리만을 추구하였다고 하시더군요.

대장부?  스님께 공손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진리란 자아의 욕구는 아닌가요? 

그 자아의 실현을 위하여 소중한 가족을 버리고 혼자서 입산을 했다면..

그런 지독한 자아는 진정 누구를 위한 자아입니까? 


본인입니까? 가족입니까?

아니면 중생 모두를 위한 자아입니까? 

강연장 모든 분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털레털레 걸어서 나왔습니다.


인생사 모든 거.. 언젠가는 소멸로서 종결이 되는데..

뭔 대장부 운운 하면서 까지 소중한 가족까지 버리고, 무책임하게 입산을..?.. 하면서 투덜거렸습니다.

진리 추구를 한다는 스님이 조용해야 할 사찰에서 뭔 시끌벅적 강연회를 열어?

본인 말씀처럼 조용히 산속에서 본인의 자아나 찾고 계시지? 

(네.. 싹수없는 중생이었습니다...) 


네.. 그랬던 제 자신을 꾸중을 하고 있습니다.

저 또 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면.. 삶을 통찰할 수 있다는 착각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스님이나 저나 진리에 이를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진리 운운은... 아무리 잘 매겨봐야 우리네 삶에서는 '참고사항' 일 뿐은 아닐까요?  

일상에서 다가오는 온갖 잡다한 인생업무를 처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허연 머리가 되었군요.

아니.. 잡다한 일상도 처리하기 바쁜데 뭔 진리 운운을?

염색하기도 귀찮은 요즘에...? 

..



이젠 주접은 접고 오디를 주우러 가려고 합니다.

주말에 이쁜 공주님 내려오신다고 하는데.. 맛있는 오디 주스를 만들어 놓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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