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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Jul 23. 2023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

얼큰한 호박찌개 대령이오~~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고 ~


오래전 어른들께서 막걸리 한 잔 하시면서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물론 축구를 하거나, 골프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 야외에서 일을 하셨던 건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 

세찬 비가 내리면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의미로 기억을 합니다.


요즘 입맛이 없다 보니 늘 대충대충 식사를 하게 됩니다.

비빔국수와 열무 비빔밥도 하루 이틀이지.. 


오늘도 대충 점심 식사를 하고 쉬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립니다.

아이고~ 비는 억수로 내리는데 전 이장님께서 우비 하나만 걸치고 오셨더군요.

비가 많이 와서 논을 둘러보다가 호박이 보여서 따왔다고 하십니다.


"호박 두 개 허구 오이가 보기는 그래도 싱싱 허네~

고추장 팍팍 찍어서 막걸리 안주 혀~" 

막걸리 좋아하시는 전 이장님.. 

'잠깐만 기둘리셔유~~~~'


요리 솜씨는 없지만, 오랜만에 호박 찌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낯선 곳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3 년이 되었습니다.

시골에서 산다는 게 예상은 했지만,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한동안은 나만의 온전한 시간은 호젓하고 좋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불러주는 이도 없고 갈 곳도 없다는 사실에 허전하기도 했습니다.

퇴근 후 친구와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그리워지더군요.

출출하다 싶으면, 짜장면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을 시키기도 했는데..


시골 생활은 절대 낭만적인 삶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행인 건은 혼자 식사를 해도 밥은 잘 먹고.. 

텅 빈 안방에서 잠을 자도 무섭거나 외롭지는 않습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텃밭도 가꾸지만..

하루라는 시간을 텃밭으로만 메우기는 너무 부족합니다.

그나마 주변에 볼거리와 산행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의 시작이고, 어영부영하다가 해가 지면 하루 끝입니다.


뭐 귀찮게 계획을 짜고 할 필요 없더군요. 

일거리가 눈에 보이면 후다닥 ~

배가 고프면 밥하고.. 심심하면 복돌이 녀석과 산책을 즐기고..

소일거리가 제게는 남은 숙제이고 영원한 과제입니다만.. 


그나저나..

요즘 갈수록 요리 솜씨가 늘어나서 저 스스로 대견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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