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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Jul 20. 2023

너무도 못나고 나쁜 아빠였는데..

용기를 낸 아빠의 고백

딸들 시집가기 전..

못나도 너무 못난 아버지였습니다.

세상이 험하다는 이유로 귀가 시간을 정 해 놓고 

그 시각 안에 연락 없이 늦으면 불 같이 화를 냈습니다.


화를 낸 이유가 딸들 걱정보다는 

아버지의 권위를 무시했다는 생각으로 화를 냈습니다.

솔직한 심정입니다.


심지어 막내딸 녀석이 자주 연락 없이 늦게 귀가를 한다고 딸의 휴대폰을 그만...

그날 바로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세월이 무척 흐른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정도입니다.

한참 친구들과 놀고 연락을 하던 시절에 아버지란 사람이 그런 무식한 행동을 했으니...


도시의 삶을 접고 시골서 살다 보니 예상외로 필요한 생필품이 많더군요.

거주지 근처서 구입을 할 수 없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막둥이 딸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부탁을 하니

누적 금액이 만만치 않아서 솔직히 부탁을 할 때마다 나름 심사숙고했습니다.


참으로 못난 아비입니다.. 

어린 시절 뭐 하나 풍족하게 해 준 것도 없는 아버지인데..

하지만 이제는 한 가정을 꾸미고 잘 사는 딸들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유년 시절의 저는 그 당시 어느 누구와 의논을 할 상대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너무 연세가 많으셨고, 큰 형님은 너무나 먼 곳(미국)에 살았습니다.


한 번 내린 결정으로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던 저는 

암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철부지 나이에 진로를 결정하고, 자제력이 없으면..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걸 철부지 나이에 어슴프레 알았습니다.


네.. 엄하게 키웠습니다.

제 어린 시절 스스로 모든 걸 헤쳐 나가야 했던 기억 때문에..

딸 들이지만, 강하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


삶의 시간을 공유하다가 언젠가는 이별을 할 텐데 

자식들에게 좀 더 넓은 마음을 열지 못했었다는 것에 대하여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 아쉬운 마음은 언제나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잡지 못하겠지요?

아쉬운 일이지요.


언젠가 제 딸들도 세월이 흐르면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어가겠지요.

못난 아버지 밑에서 성장을 했던 시절의 기억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아련한 추억으로 각색되기를 바라지만 그 또한 욕심일 뿐입니다.




지난주 생일에 요리하고 남은 무가 아까워서

무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딸들아!

막걸리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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