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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Jul 10. 2023

막말을 하고 싶었지만..

             감사의 나눔


첫 직장 시절 이야기입니다



퇴근 후    

따르릉~ 전화벨 소리

같은 부서의 동료 후배가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버지와 새어머니 일로 다투고 나서 

엄동설한에 백일도 안된 아이를 안고  집을 나왔다고..


우선 집에 있는 연탄불을 빼서 집게로 들고 허리춤에는 이불을 두르고 뛰었습니다.

연탄 밑 불은 엄청 뜨겁고

또 다른 한 손에 든 쌀 봉지와 냄비를 담은 검정 비닐봉지는 달그락거리고..


후배의 임시 거처에 연탄불을 피우고 나서 어린 아기를 보니 마음이 안쓰러워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분유값으로 주고 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 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 선배님.. 잘 지내시죠..?  

강화에 장어 집을 오픈했으니 한 번 와 주세요 "


반갑더군요.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서.. 속으로는 좀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 후배 부부와 지난 일을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한 잔 했습니다.

후배는 퇴사 후에 사업을 하여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군요.


그때 그 어린아이는 성인이 되어 있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컴컴해져서 일어났습니다


카운타로 가니 그 후배 하시는 말씀...

"선배님! 소주 3 병 값은 뺐습니다.. "

...

...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후배에게 제가 했던 말입니다.


" 자네는 감사의 기술이 부족하네 "

그리고 계산 후에 가져간 개업 축하 봉투를 주고 왔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원만한 소통을 하려면 감사의 나눔은 기본입니다

그 감사에 인색하신 분들이 너무도 많지만 저도 곰곰이 생각을 하니

그 후배와 별 반 다를 게 없더군요.


혼자 있으니 식사를 부실하게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반찬을 주시는 동네 어르신들..

너무 많아서 모두 열거를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



너무 덥다 보니 밥 하기가 싫어서 감자를 찌고 있는데

몇 년 만에 느닷없이 그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 하던 일을 접고 나니, 너무 심심하다고 제 집으로 놀러 오고 싶다고 하더군요.

막말을 하고 싶었지만 가볍게 거절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화를 내거나, 막말을 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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