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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Apr 06. 2023

비를 맞고 걸으면서..



봄가뭄 걱정이 제법 무거웠는데 어제, 오늘 단비가 제법 내립니다.

유년시절의 어르신들은 "비가 오신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비가 온다"라고 건방진 표현을 하니 그 간단한 말 하나에서도 

뭔가 소중한 가치를 상실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비가 내리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마음도 차분해지고..

어느 분은 비가 오면 짜증이 난다고 하신던데..

어차피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안 되는 자연의 이치를 역으로 

즐기는 방법이 더 긍정적인 대처가 아닐까 싶군요.


잠 시 상상을 해 봅니다.

비가 내리면 몸뿐만 아니라 헝클어진 머릿속으로도 물기가 스며들어 

늘 조급했던 마음에 여유로움이란 싹이 움틉니다.
빗속을 걸어가며 내 삶의 여유로움을 채운다는 건 명상은 아닐까요?


늘 보던 같은 단조로운 시골 풍경도 이런 날은 달리 보입니다. 
단조로운 빗소리마저 세상의 다른 소음을 막아주면서..

마음은 오랜만에 이런저런 잡념을 내려놓고 잠시지만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물질적 소득이나 사회적 성취도 아닌....

단지 빗소리에 의하여 얻어지는 평온함은 내 안에 있는 생명의 원천이 즐거워하고 있다는 징표는 아닐까요?

현실의 시간에서 놓여난 마음은 삶을 통찰하고..

늘 밀려서 사는 삶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탐색해 보는 것....

이건 정말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삶의 순간순간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가 채워져 있는지...

언제나 부족한 지성이 따라잡지 못하는 가치가 거기에 얼마나 많이 존재했었는지...

우리가 온 정성을 들여 한 순간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면 

아마도 시간은 정지하고 말 것입니다.


늘 분주한 삶은 이어질 겁니다...

그러나 가끔은 시간이 정지된 빗속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요?

비를 맞고 걸으면서..


'음! 오늘은 어떤 놈을 불러서 한 잔을 할까?'.. 고민 아닌 고민도 해 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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