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촌부 Apr 05. 2023

정상적인 보행은 힘드실 겁니다.

                      걷는다는 건 나와 마주 하는 시간



오래전 지게차 기사님의 실수로 다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퇴원 전 날 의사의 말..'앞으로는 정상적인 보행은 힘드실 겁니다'

제 질문은 '그럼 등산도 못 하나요?'.. 의사의 대답은 없었습니다.

퇴원 후 재활과정은 생략을 하겠습니다... 너무도 치열했던 기억 때문에..


지난주 충남 가야산을 다녀왔습니다.

가야봉 정상에서 석문봉 능선길(왕복 약 2시간 30분 소요)을 걸었습니다.

"걷는 것처럼 좋은 건 없군..".. 생각이 들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물론 다릅니다.
산을 오르려면 뭔가 갖추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허 나 걷기 준비에는 결심만 있으면 됩니다.



(늘 걷는 과수원 길가에 서 본 낡은 파이프에서 자라는 잡초)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행위자체로서 완성된 행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단순한 행위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온전하게 나와 마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뭔가 머릿속에 뭉쳐져 있는 잡념을 풀기에는,

걷는 행위는 최적의 행동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시간에서 놓여난 마음은 삶을 통찰하고..

늘 밀려서 사는 삶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탐색해 보는 것....

이건 정말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앞으로도 늘 분주한 삶은 이어질 겁니다...

그러나 본인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은 꼭 지키셨음 하는 바람입니다. 


걷기는 대표적인 느림의 미학입니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정해진 목표만을 향해

빨리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걷기란 힘은 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보폭으로 걸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걷기 시작하지만,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을,

내 신체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게 되어 자연스레 흐름이 맞추어집니다.

이것 또한 즐거운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저는 요즘도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의지에 의하여, 내가 지칠 때까지 걷을 수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


건강을 보약으로 챙기시는 것도 좋습니다만..

그 보약의 약효를 100 % 받으시려면 걷는 걸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이상 엉터리 건강 전도사의 주장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예산 예당호 봄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