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역 Dec 05. 2023

글쓰기 수강

자서전이란 자신의 생애와 활동을 글로 쓴 것을 말한다. 자신이 태어나서 성장해 온 과정을 연대순이나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자서전은 나라를 구한 영웅이나 유명한 역사가나 정치가가 쓰는 것으로 배웠다. 그러나 오늘날은 누구나 자신의 생애와 성정과정을 이야기로 쓸 수 있다. 


요즈음 자서전이나 수필 등과 관련한 글쓰기 강좌가 부쩍 늘었다. 평생교육원이나 도서관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주민들에게 자서전이나 수필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고 쓰는 강좌가 인기다.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수원의 한 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이란 강좌를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하는 기사를 보았다. 강의내용을 살펴보니 제목의 내용과 달리 주민에게 자서전 쓰는 것을 가르치는 강좌였다.


자서전 쓰기 강좌에 등록을 하고 차를 운전해서 도서관을 찾아갔다. 모처럼 글쓰기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안고 도서관을 찾아가는데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사무실에서 나와 대로에 들어서자 차들이 북적거렸다. 사무실에서 도서관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되었다. 도서관은 시내에서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가는데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서관 이름은 대추골 도서관이다. 도서관 이름이 예스러웠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강의실에 도착해서 의자에 앉아 강의 시간을 기다렸다.


자서전을 쓰는 것도 글쓰기의 또 다른 시작이다.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과 인생에서 겪은 슬픔, 고통, 한, 사랑, 실패, 성공 등 이야기를 쓰다 보면 자서전은 소설도 되고 수필도 된다.


나름 자서전을 써본다고 그려왔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퇴고만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 중에 최고가 걷기다. 다음은 책을 읽는 것이고, 다다음은 글쓰기다.


걷기와 책 읽기와 글쓰기 여행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만나면 부럽다. 걷기는 사람의 본능적인 행위이자 움직임이다. 이에 비해 책 읽기와 글쓰기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삶의 지혜를 여는 내면적 행위다.


요즈음 아침저녁으로 광교산 여우 길을 걸어오고 걸어가면서 많은 것을 만난다. 오솔길에서 잔잔한 자연의 풍경도 만나고, 초록의 경이로움과 옛 시절에 걸었던 황톳길도 만난다.


그리고 사무실 자료실에 보관된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과 스승도 만나고 지혜도 얻는다. 책을 읽는 틈틈이 글도 쓰면서 내면의 자신을 들여다보거나 새로운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걷는 것, 책 읽는 것, 글 쓰는 것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부족한 글쓰기를 보충하기 위해 대추골 도서관을 찾아가 자서전 쓰는 것을 배워보려는 것이다.


걷는 것은 홀로 부지런히 연습하면 되고, 책을 읽는 것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거나 서점에 가서 사서 읽으면 된다. 하지만 글쓰기는 홀로 연습을 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계다.


글쓰기는 누군가의 조언이나 수강을 통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자서전 강좌를 들으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을 세세히 알아가고 싶다. 물론 자서전에는 내가 삶아온 삶의 지도와 철학이 들어 있지만, 자서전을 쓰면서 새로운 나를 만나보고 싶다.


매일 같이 광교산 여우 길을 따라 걸어오고 걸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뒤늦은 나이에 제대로 걷기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걷기도 어느 정도 습관화가 되어가고, 책 읽는 것도 현재 보다 좀 노력하면 될 것 같다.


내 삶에서 글쓰기만 어느 정도 진전되면 삶은 한층 더 깊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글쓰기를 습관화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걷기와 책 읽기는 글쓰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에게 진지하게 다가가는 노력과 기다림이라는 인내가 필요하다. 대추골 도서관에서 자서전 강좌를 들으면서 자서전을 쓰는 방법과 기술을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꿈을 공유하는 문우를 만나 벗으로 사귀며 함께 지내고 싶다. 그나마 늦게라도 자서전 쓰기를 배우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어떠한 것을 배우든 배워서 남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출근길 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