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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Feb 21. 2024

인생은 구름 같은 것

어제 가수 방실이가 구름처럼 다른 세상으로 떠나갔다. 한 때 방실이 가수를 좋아하고 그 가수가 부른 '서울 탱고'란 노래도 참 좋아했었다.


청춘시절과 직장에 다니던 시절 친구나 동료들과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 '서울 탱고'란 노래를 신청해서 제일 먼저 부르곤 했다.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고향도 묻지 마세요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서울이란 낯선 곳에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세상의 인간사야 모두가 모두가 부질없는 것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그냥 쉬었다가 가세요 술이나 한잔하면서

세상살이 온갖 시름 모두 다 잊으시구려('서울 탱고', 방실이)


가수의 인생은 자기의 노래를 닮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방실이는 정말로 세상에 대하여 아무것도 묻지 말라며 구름처럼 세상을 떠돌다 갔다.


인생은 구름 같은 것이란 말처럼 구름은 한 곳에 모이면 온갖 형상을 만들어 내고 흩어지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사람의 삶도 구름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면 삶에 희망이 생기지만 사람의 무리로부터 멀어지면 희망이 없는 삶이 된다.


오늘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나지를 않는다. 오늘 하루는 그저 밝은 햇빛을 받아가며 무사히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란 생각이 든다.


가수 방실이는 지난 17년 동안 온갖 병마와 싸우다가 매일 떠오르는 밝은 태양도 보지 못한 채 자신의 이름과 과거를 묻지 말라며 '서울 탱고'란 노래를 남기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나갔다.


오늘 아침에 유튜브를 통해 방실이의 '서울 탱고'란 노래를 다시 들어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깊은 우수가 깔려 있는 듯하다. 그녀가 세상을 이리저리 나부끼며 인생을 살아오다 마지막에는 병마를 털어내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다 홀로 떠나갔다.


오늘은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걸어오는데 빗물 사이로 '서울 탱고'의 노랫소리가 멀리서 비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살이가 별거 아니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따지고 보면 별것 없다. 세상사 모두가 부질없는 것인데 오늘도 어딘가로 향해 걸어가는 나 자신이 쓸쓸하기만 하다.


나도 그럭저럭 고향을 떠나 타지를 떠돌며 살아온 것이 근 삼십여 년이 되어 간다. 고향을 떠돌며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외롭지만 타지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딪히며 살다 보니 다시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서 술이나 한잔 기울이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


지금에 와서 고향에 돌아가본들 반겨주는 것은 별로 없을 테지만 그나마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된다. 지금까지 타지를 떠돌며 나부끼는 인생을 살아온 내게도 나이도 묻지 말고 고향도 묻지 말아 줄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요즈음 겨울이라 눈이 와야 하는데 비가 내려서 걱정이다. 겨울에 내리는 비가 여름이나 가을에 와야 하는데 계절을 거슬러 미리 내리는 바람에 다가올 여름이나 가을에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찌어찌해서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이런저런 사연과 시름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인생사를 사건과 시름 하나 없이 살아간다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나이 들어 얼굴에 잔주름이 생기고 이것저것 고민하다 보니 시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인생을 온갖 시름 잊고 살아가고 싶은데 현실의 마음에선 시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자꾸만 풀무질을 해댄다. 그런 시름이 겨울에 내리는 빗물에 씻겨가는 것이 아니라 추적추적 굴곡지게 쌓여만 간다. 이 세상에 무엇 하나 이루어 놓은 것도 없는데 덧없는 세상을 향해 한숨과 핑계만 끝없이 생겨난다.


오늘처럼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늘하늘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멍하니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가수 방실이의 '서울 탱고' 노래나 들으면서 이리저리 부대끼는 시름을 털어내고 싶다.


가수 방실이가 인생은 구름 같은 것이라고 노래하며 세상을 살다 갔지만 나는 구름이 아닌 빗물에 취해 이리저리 흩날리는 빗방울에 쓸쓸한 마음이나 달래며 오늘 하루 시름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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