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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May 15. 2024

면역력 저하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면역력도 서서히 저하되는 것 같다. 면역력 저하의 신호는 만성 피로, 반복적 감기, 소화 불량, 만성 염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사십 대 후반부터 추운 겨울철이 되면 몸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 알레르기 증상은 몸이 밖으로 드러난 부분이 아닌 옷 속에 감추어진 곳이나 몸이 드러나는 부분과 옷의 경계선에서 주로 발생한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몹시 가려운데 손으로 긁으면 긁을수록 가렵고 술을 마시거나 비가 오는 날이나 더운 곳에 있다가 차가운 곳에 들어가면 피부가 이완되거나 수축되면서 가려움이 기승을 부린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서 피부과에 가면 의사마다 처방이 다르다. 어떤 의사는 접촉성 두드러기다 어떤 의사는 건성 피부염이다 어떤 의사는 면역력 저하에 따라 몸 안에 노폐물이 쌓여 그렇다는 등의 처방을 내린다.


문제는 의사마다 각기 다른 처방을 받고 약을 먹어도 알레르기 증상은 가라앉지 않는다. 알레르기 증상은 약을 먹으면 잠시 동안 멈출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려워지면서 둥근 원을 그려가며 퍼져나간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긁고 둥그런 원을 그리고 또다시 긁고 둥근원을 그리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게 근 한 달 이상 알레르기에 시달리다 때가 되면 서서히 가라앉는다.


오 십 대에 이르자 알레르기 증상도 겨울에만 나타나더니 계절에 상관없이 나타났고 오십 대 후반에 접어들자 알레르기에 이어 몸이 온도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전에 수원에 자리한 사무실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사무실이 건물이라서 그런지 사무실과 복도와 화장실의 온도가 달랐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온도가 낮은 복도로 나가면 재채기가 나오고 복도에서 온도가 낮은 화장실에 들어가면 재채기가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


몸이 온도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을 알고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두껍게 입고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옷을 두껍게 입는다고 재채기가 그치거나 해결되지는 않았다.   


직장에서 물러나고 육십 대가 되면서 면역력 저하의 신호인 비염성 감기 증세가 나타났다. 젊은 시절에는 비염성 감기를 앓은 적이 없는데 최근 들어 이상하게 비염성 감기에 자주 걸린다.


비염성 감기는 몸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갑자기 재채기 나오면서 코에서 콧물이 물처럼 줄줄 쏟아져 내린다. 나이가 들어 어린아이도 아니고 코에서 콧물이 흘러내리면 휴지를 꺼낼 시간도 없이 떨어져서 당황스럽다.


게다가 비염성 감기를 걸린 상태에서 책상에 앉아 일을 하려면 콧물이 떨어져서 일을 볼 수가 없다. 감기몸살은 약을 먹고 잠을 푹 자면 낫지만 비염성 감기는 몸에 열은 나지 않는데 콧물이 흘러내리고 재채기가 쏟아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최근에 비염성 감기에 몇 번 걸리고 나서 나름 치료법도 알게 되었다. 몸에 비염성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내과에 가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먹으면 콧물도 나오지 않고 재채기도 가라앉는다.


그에 따라 비염성 감기 증상이 나타날 기미만 보이면 다른 일은 제쳐두고 내과로 달려가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먹는다. 사람의 몸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란 생각이 든다.


몸에 나타나는 증상 대부분은 이전에 익숙하게 겪던 것은 일어나지 않고 전혀 생소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어제도 오후에 비염성 감기 증상이 나타나서 내과에 가지 않고 며칠 전 같은 증상으로 먹다 남은 약이 있어 퇴근하고 약을 먹었더니 증상이 사라졌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에게 물려받은 면역력의 유효기간은 몇 년일까. 그 유효기간이라도 제대로 안다면 지금처럼 몸 고생은 하지 않을 텐데.


내 몸에 잠재된 면역력의 유효기간을 잘 알지 못하니 면역력 저하 신호와 관련한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의사나 약에 의존하고 기대어 사는 인생살이가 고달프고 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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