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요즈음 글을 쓰는 감성과 감각이 좀 느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감성과 감각이 느려졌다는 것은 머릿속의 생각이나 감정이 무뎌졌다는 의미다.

글을 쓸 때 중요한 것은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감성이란 본능이다. 그 본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글이 갈 길을 잃지 않고 제 길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런 감성의 본능 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글을 쓸 때 주제와 관련된 소재와 문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머릿속에 떠올라야 하는데 그런 연결이 되지 않아 앞으로 나가지를 않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되는데 굳이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 글을 쓴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글쓰기에 집착을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일까. 진정 나를 위함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함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이 떠오르지 않고 무엇을 위해 왜 글을 쓰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사람들은 글을 왜 쓸까. 글을 쓴다고 남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글을 읽어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말로는 자신을 위하고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글을 쓴다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자신을 위하고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일과 대상이 많다. 그중에 왜 하필 글을 써서 자신을 위하고 마음을 위로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글은 머릿속의 복잡한 회로를 거쳐 표출되지만 그 표출은 감정과 공감이란 여정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을 쓰면 정말로 자신을 위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글을 쓰며 살아간다. 나 또한 이런저런 사연을 글로 쓰며 살아간다지만 세상은 넓은 듯 보이면서도 좁은 듯이 바라보인다.

오늘은 무엇을 위해 글을 쓸까. 글이 나가는 진정성과 방향성을 모르겠다. 이런 이유를 주제 삼아 글을 쓰는 것도 되는 것인지 이런 글도 사람들이 읽어 주는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사람들은 또 어떤 글 읽기를 좋아할까. 오늘따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가 의문의 부호로 가득하고 그 의문의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궁금증만 더해간다. 

내가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밥벌이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글을 쓰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과연 나를 위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글을 쓰면 자신에게 진지해지고 솔직해진다고 말한다. 게다가 글을 쓰면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마음의 위로를 받으면 그것으로 끝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글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일까.

내가 나를 모르듯이 글을 쓰는 진실한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그 이유를 모르고 그냥 써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듯이 글을 쓰면서 왜 자신이 글을 쓰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는 것과 같다. 어찌 보면 그것이 삶이나 글을 쓰는 데 있어 더 나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글 쓰는 이유를 모르면 글을 더 잘 쓰게 되듯이 살아가는 이유를 모르면 삶을 더 잘 살아가는 것 아닐까. 글 쓰는 이유를 세세히 밝힌다고 글이 더 잘 써지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그 이유를 밝히려고 하는 것일까.

결국 그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글은 그냥 쓰는 대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내가 물어보고 내가 대답하는 꼴이다. 그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모르지만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내린 답이다.

오늘도 글을 쓰면서 자신이 왜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해줄 말이 있다.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그냥 글만 집중해서 쓰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정답이 없듯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정답도 없다. 게다가 정답을 안다고 인생을 더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글을 더 잘 쓰는 것도 아니다.

나처럼 글을 쓰는 감성과 감각이 떨어지는 시점에 있는 사람은 한번 잠시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글을 쓰든 다른 일을 하던 그저 아무 일 없는 듯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정답이란 생각이 드는 광명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