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는 일을 해온 지도 근 일 년 반이 되어간다. 처음 일 년은 기존에 쓴 글을 수정하고 다듬어서 올리는 일을 주로 하다 이제는 글을 써서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에 쓴 글을 다듬고 수정해서 올린 것은 글쓰기의 내공을 기르기 위한 일종의 밑밥인 셈이다. 그렇게 기존에 써 놓은 글이 소진되고 글쓰기를 바로 이어갈 줄 알았는데 그리 되지를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윤활유가 보충되기를 기다렸다. 글을 쓰는 것도 마음이 동해야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억지로 쓰면 문장이나 단어 등이 흔들리면서 글이 중심을 잃거나 갈 방향을 잃어버린다.
몇 주간 진득하니 시간을 두고 기다리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면서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올린 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글쓰기에 대한 기본기는 어느 정도 다져진 것 같다.
글을 잘 쓴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중심을 잡고 빈 여백에 글이 하나하나 채워져 가면 기분이 상승하면서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진다.
브런치에 등록한 글을 헤아려보니 근 450편이다. 글을 50편씩 분류하고 주제별로 묶어 책으로 엮으면 9권은 되는 분량이다. 물론 450편에는 수필집 두 권을 발간한 글도 포함되어 있다.
첫 수필집인 "세종청사에서 맞이한 이순의 봄"과 두 번째 수필집인 "귀향을 달래는 여울진 노랫가락"에는 약 100여 편의 글이 실려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수필집을 준비 중인데 이 책에도 약 50여 편의 글을 묶어서 발간할 예정이다. 세 번째 수필집까지 발간하면 150여 편에 이르는 글이 책에 실리게 된다.
브런치에 올린 글을 모두 책으로 묶어 발간할 생각은 아니지만 글을 쓴 양을 바라보면 나름 인생이 튼실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가장 큰 변화는 글쓰기 전과 후의 삶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삶이 순서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는데 글을 쓴 후부터는 좀 마디고 알차게 흘러가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은 글에 매달리는 삶이 참 좋구나 하는 감정과 기분이다.
글은 수시로 인생을 성찰하고 반성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런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글을 쓴 후부터 매사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글이 갖는 특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을 쓰는 것은 자기 성찰이며 인생의 돌아봄이다. 지난 시간과 과거에 았었던 일을 성찰하고 돌아봄으로써 반성하고 비판하고 새로운 마음도 다지게 된다.
삶이란 생각해 보면 그리 대단 것이 아니다. 그냥 평소 순간순간 살아가는 느낌과 감정이 삶이다. 그런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나와 관련한 이야기를 썼다. 내가 성장하면서 겪거나 곁에서 바라본 풍경이나 마음이나 감정을 주로 표현했다. 어찌 보면 글쓰기의 초보자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에 글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 이제는 초보자에서 벗어나 글을 쓰는 깊이와 폭에 대한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된 것 같다. 현재의 수준을 벗어나서 글을 쓰는 깊이와 주제를 넓혀 써야 할 시기가 되었다.
물론 그것이 잘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자 방향이다. 그렇다고 정치나 사회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그러기에는 머리에 든 지식도 짧고 머리도 좋지 않아 자신이 없다.
내 글의 중심은 언제나 고향이나 부모님이나 직장이나 가족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글의 깊이와 폭을 어느 방향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길을 잡아가야 한다.
아직은 뚜렷하게 어떤 방향으로 글을 쓸 것인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려 한다. 브런치에 올린 글 중에 수필집으로 발간 것 외에는 주제별로 몇 권의 책으로 묶어서 정리해 놓았다.
요즈음 컴퓨터 빈 화면 앞에 앉아 글을 그리는 일이 즐거운 시간이 되어간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글쓰기에 집중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만큼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글쓰기가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글쓰기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글쓰기의 진정한 방향을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는 마음을 여유롭고 시간은 넉넉하게 가지면서 진중하게 사유와 성찰을 통해 보다 깊이 있고 폭이 넓은 진실한 글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