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역 May 29. 2024

새소리 향연

향연이란 성대하게 벌이는 잔치, 그리고 잔치는 사람이나 사물 등 온갖 것들이 벌이는 것을 말한다.


아침에 천변을 걸어가면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귓전에 들려온다. 장끼는 목에 무엇이라도 걸린 듯이 "꿩꿩" 하며 울어대고, 까마귀는 목청이 찢어질듯한 소리로 "까아악 까아악" 하고 울어댄다.


그리고 천변 옆 숲에서 뻐꾸기는 고운 목소리로 피리를 불듯이 " 뻐꾹뻐꾹" 하며 노래를 부르고, 소쩍새는 갈 길을 잃은 사람처럼 구슬픈 목소리로 "소쩍소쩍" 하고 노래를 부른다.


새들이 이른 아침에 향연을 벌이듯이 울어대는 것은 자기 짝을 찾거나 아니면 자식을 찾기 위해 울어대는 것이다. 아침에 천변을 걸어가면 온갖 새들이 저마다의 소리로 지저귀며 향연을 펼친다.


새들은 아침부터 노래를 부르며 잔치를 벌이고 천에서는 시냇물이 " 졸졸졸" 소리 내어 어딘가로 흘러가고 제방 어딘가에서는 고라니가 자식을 찾기 위해 목에 가시를 걸린 듯이 "캭악 캭악" 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아침에 녹색이 물든 천변을 걸어가면 새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난다. 새들이 울어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새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도 자기 자식을 찾거나 먹이를 주기 위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단지 새처럼 새의 특성에 맞는 소리가 아닌 사람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자식을 부르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렇게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천변을 걷다 보면 밤에 자기가 갈 길을 잃은 낮달이 아파트 꼭대기에 걸린 채 마중을 나와 있다.


달은 왜 태양이 떠오르기 전에 서쪽 하늘로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것일까. 달님도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 밤새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달의 동무들인 하늘의 별은 사라지고 점점 빛을 잃어가는 달만이 나를 따라 동행해 준다. 그에 덩달아 천변 옆 우뚝 솟은 아파트가 새소리를 들으며 기지개를 켜듯 자웅을 겨루며 잠에서 깨어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아침에 만난 천변의 풍경은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고즈넉하고 눈에 익은 모습이다. 단지 아침에 일어나서 천변을 오롯이 걷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자 영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걷기를 해 온지도 그럭저럭 횟수가 꽤 되어간다. 몸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걷기를 통해 내 자화상도 만나고 새들의 세상과 동물의 세상을 만나게 되는 날은 기분이 배가 된다.


오늘처럼 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잔치를 벌이는 향연은 좀처럼 만나기가 힘들다. 낮달이 마중도 나오고 천변의 새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오늘따라 걷기를 참 잘 나왔노라고 스스로에게 격려해주고 싶은 아침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는 오월의 아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