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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Jun 13. 2024

나무는 우주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다. 공기나 햇볕, 하늘과 우주, 나무나 풀 등은 매일 공짜로 얻지만 그들 중 하나라도 사라지면 사람의 생명도 유지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필연으로 생각한다. 자기 집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를 한 번쯤 제대로 바라보거나 깊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나무가 자라는 것은 그냥 그곳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눈물과 이별과 슬픔을 머금고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절마다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성장과 쇠락을 통해 생명을 노래한다.   


장영희 씨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란 에세이집에서 자기 집 창가에서 자라는 나무를 소우주라고 비유했다. 나는 나무가 소우주가 아닌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무는 중력을 거슬러 뿌리를 내리고 시절 따라 새싹을 틔우고 나뭇잎을 달고 꽃을 피운다. 게다가 시시 때때로 바람도 맞이하고 밤마다 달과 별이 나뭇가지에 걸리고 낮에는 해님과 눈비를 맞이해서다.


조이스 킬머는 '나무'라는 시에서 '시는 나 같은 바보가 만들지만 / 나무는 오직 하느님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노래하고, 타고르는 '나무는 땅이 하늘에게 말하는 언어'라고 표현했다.


프로스트는 '창가의 나무'라는 시에서 '내 창문가의 나무 창문 나무 / 밤이 오면 나는 창틀을 내린다. /

그리고 너와 나 사이에는 커튼이 드리워지지 않기를 / 너의 머리가 바깥 기후에 시달리듯 / 내 머리는 내 안의 풍파에 시달린다.'라고 나무를 찬양했다.


아침에 사무실에 가기 위해 인도를 걸어가는데 주변에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의 자태를 바라보니 마치 시인들이 노래한 것처럼 나무 하나하나가 우주의 신성한 모습처럼 다가왔다.


나무가 드리운 그늘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리 지어 학교로 가고 있었다. 초등학생처럼 인도 주변에 선 나무도 오늘따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바라보였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나 사람들이 도시에 심어 놓은 나무나 성장하는 모습은 같다. 단지 자신의 근본인 생명의 뿌리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기반만 다를 뿐이다.


시인이 나무를 하늘의 우주로 비유하는 것은 나무에게 신성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신성성은 대상에 대한 숭배이자 존경심의 표현이다. 나무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매일 사람과 같이 호흡하며 살아가는 생명체다.


조이스 킬머의 시구처럼 나무는 하느님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나무는 하느님 의지 대로 스스로 태어나서 성장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나무라는 생명체도 끝이 난다.


아무리 좋고 훌륭한 나무도 대지에 터를 잡고 자라지 못하면 버려야 할 대상이 되고 만다. 나무를 우주와 같은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것은 그 나무를 통해 생명을 교감하고 정서를 나누고자 함이다.


이 세상에는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지구를 둘러싼 공기는 매일 무료로 마실 수 있고 자연의 바탕을 이룬 짙푸른 녹색은 질리지 않을 정도로 공짜로 보고 즐긴다.


게다가 푸른 우주의 창공도 공짜로 우리의 눈을 맑고 밝게 해 준다. 그렇게 공짜로 얻을 있는 중에 하나라도 사라지지구에 사는 많은 생명체가 빛잃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는 돈을 쓰지 않고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늘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 고마움과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공짜가 아닌 유료화를 통해 삶을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를 우주로 생각하라는 것은 나무를 성스럽게 바라보고 살아가라는 의미다. 나무는 그냥 거기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생명을 교감하고 정서를 나누는 소중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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