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말
바람결에 들려와
그대 만나러
바람 따라 길 나섰네.
그대를 본 순간
몸과 마음이
서로 다투네.
그리움 가슴에 묻어두고
바람 따라 되돌아오네.(최정희 시인, '후회')
어제는 몇 해전 산업협회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만남은 또 다른 만남을 낳고 그 과정에서 익숙함과 낯섦이 충돌한다.
인연이 새로운 인연을 잉태하듯이 삶은 이들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추억과 회포를 풀어낸다. 세월은 잠시도 우리들 곁에서 머무르지 않고 흘러만 간다.
사람은 어느 조직 어느 자리에서 일하든 사람과의 만남에는 필연이 따르게 마련이다. 어스름한 저녁에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식당에서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전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는데 퇴근 무렵이라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내가 내릴 전철역에서 내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가는데 다행히 전철역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아 수월하게 내렸다.
전철역 출구를 빠져나가 노량진수산시장 건물이 눈에 들어오자 건물의 크기에 중압감과 웅장함이 느껴졌다. 몇 해 전 협회에 근무하던 시절 노량진역을 지나다니던 추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노량진수산시장 건물에 들어서서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데 건물이 크고 넓다 보니 한참을 헤맸다. 건물을 구경삼아 한 바퀴 빙 돌고 나자 직원들과 약속한 식당이 눈에 띄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너무나도 달라진 주변 환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약속 시간이 되자 일행 모두가 식당을 찾아왔다.
저녁 겸 술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산업협회는 내가 근무하던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그 자리에는 과거에 맺은 익숙한 얼굴과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서 인연의 고리가 넓어졌다.
그들과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어서 바쁜 사람은 보내고 찻집에 들어가서 한 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지고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서울에 살면서도 노량진은 근 삼 년 만에 가본 것이다. 서울은 하룻밤만 자고나도 변하는 곳이다. 노량진역 주변도 몇 년 지나서 가보니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시인의 마음처럼 나도 과거에 맺은 익숙한 얼굴이 보고 싶어 설렘을 안고 바람 따라 길을 나섰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을 만나 회포를 풀고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바람 따라 노량진역을 뒤로하고 전철을 타고 되돌아왔다.
캄캄한 밤에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전철을 바라보며 인연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의 인연이란 그리움일까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까. 전철이 철로에서 덜컹거릴 때마다 온갖 생각이 춤을 추웠다.
사람은 만남에 의해 태어나지만 그 만남에서 우연과 필연이 반복된다. 그 우연과 필연을 필연이란 운명으로 이끄는 사람에게만 인연의 고리가 연결되고 그리움을 용솟음치게 하는 촉매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