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사람에 의해 탄생하고 사람이 멀리하면 소멸한다. 글의 탄생과 소멸이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만 불멸이란 영속성도 갖는다.
어떤 일이나 생각을 문자로 나타낸 것이 글이다.
사람은 글쓰기 전에 왜 이 글을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그 고민에는 이 글을 쓰면 사람들이 읽어줄 것인지 말 것인지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고민만 한다고 글이 써지지도 않는다.
글은 생각을 바탕으로 찰나적으로 그려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가 글을 써 놓고 읽어보면 가끔 이런 글이 어디서 나왔을까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
글을 잘 섰다는 것이 아니라 내 사고체계와는 맞지 않는 괜찮은 내용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말과 글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글은 논리성과 체계성을 갖추고 표현하는데 말은 논리와 체계보다 정제되지 않은 즉시성을 강하게 표출한다. 그러다 보니 논리와 체계를 갖추어 말하려면 글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해야 한다.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이유가 다르듯이 글을 쓰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나를 돌아보기 위해,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서 등등의 이유를 댈 것이다.
나는 어떤 이유로 글을 쓰게 된 것일까. 사람이 살다 보면 우연한 계기가 필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내게도 글쓰기가 그랬다.
석사 논문을 제출하는 날 지도교수가 교수실 소파에 앉으라더니 내게 글쓰기를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주제를 가리지 말고 이것저것 써보라고 한 것이 계기기 되었다.
그 이후 사무실에 앉아 시간이 날 때마다 이런저런 글을 썼다. 사실 그때는 글을 왜 써야 하는지 글을 써서 무엇을 할 것인지 이유를 가릴 시간도 없었다.
오롯이 하나의 주제를 잡아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서 회사 업무망 게시판에 올렸다. 그렇다고 글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왜 써야 하는지는 등에 대한 글쓰기 이론을 배운 적도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업무망에 글을 올리고 나면 직원들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잘 읽었다.", "공감한다.", "글을 잘 쓰네요." 등등 칭찬과 비평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그 이후 내 삶의 일부가 달라졌다. 가정과 직장의 일에서 글쓰기가 추가된 것이다. 주중에는 업무로 인해 시간이 나지 않으면 주말에 글을 쓰기 위해 종종 사무실을 서재로 이용했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오늘에 이르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글을 좋아하는 독자를 위해서다. 독자 한 분이 읽다가 나중에는 몇 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도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글을 좋아하는 이름과 얼굴을 알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서다. "그대는 왜 글을 쓰는가?"라고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그대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를 겉으로 드러내건 속으로 꽁꽁 싸매서 안 든 그 또한 자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글을 왜 쓰는지는 그대 마음속에라도 밝혀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