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후회할 줄도 모르고
처음 라온이를 임신했을 때 친한 동생, 아버님, 할머님 이렇게 세분이 태몽을 꿔주셨다. 왕 복숭아, 알밤, 큰 구렁이. 모두들 한 목소리로 아들일 거 같다고 했다. 나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드디어 16주 성별을 확인하는 날. 담당 선생님께서 초음파를 확인하시고는 "딸이네요~"라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맺혀버렸다. 그전까지는 나도 내 마음을 잘 몰랐었는데 순간 눈물이 맺히는 걸 보고서 '아 내가 사실은 딸을 원했었구나. 그것도 아주 절실히.' 내 진짜 마음을 그제야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그날처럼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 일이 또 하나 있다. 애석하게도 둘째를 원치 않았다는 거.
내가 평상시에 느끼는 책임감도 좀 덜어내야 할 정도로 많이 강한 편인데 육아도 물론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아이에게 200%의 에너지를 쏟으며 육아를 하고 있다. 물론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 중이다. 아직까지 내 머리로는, 내 상식으로는 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고 지금처럼 이렇게 그냥 우당탕탕 함께 이런 일상을 살아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보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는 벌써 21개월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침대 위 내 옆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우리 이제 슬슬 둘째 계획을 세워보는 게 어떨까?"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첫째를 낳기도 전부터 너무나도 당연히 자녀는 둘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사실 남편은 라온이 한 명으로도 충분해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고민 끝에 "당신이 원한다면 그 뜻에 따를게~"라고 말했다. 90% 정도는 나 혼자만의 결정인 것 같아 그 대답이 많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둘째를 낳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터울이 더 벌어지기 전에 얼른 계획을 해보기로 했다.
내 성격은 하고자 하는 일은 미룸 없이 바로 진행하는 편이고 당연히 임신이 바로 딱!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엽산을 막 먹기 시작한 그 다음 달부터 바로 계획을 했다. 당 월에는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다음 달에 바로 임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한 당일 아침. 몸이 으슬으슬 미열이 있어 혹시 몰라서 해 본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떠버렸고 바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임신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미련하게도 이미 일이 벌어진 후에 깨달아 버렸다.
처음 두줄을 보게 된 순간 느꼈던 감정은 첫째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아직도 너무나 작은 아가인데 지금 엄마에게는 너를 위해 쓸 에너지만 남아있는 거 같은데.. 그중에 반을 둘째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
지금 당장에는 나 스스로도 못마땅하고 이미 벌어진 그 현실에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둘째의 존재를 알게 된 첫 순간에는 너무 섣부르게 둘째 계획을 해버린 내 경솔한 선택에 대한 엄청난 후회와 첫째에 대한 미안함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