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가야. 너의 존재를 처음 확인하러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더 떨리는 순간이었어

by 온맘다해

2024년 10월 17일. 안녕 아가야. 그냥 아직 조금은 심란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켜봤어. 솔직한 내 마음을 여기에라도 끄적여보면 이 무거움이 조금은 덜어질까 해서 말이야. 임신테스트기에 뜬 두 줄로 너의 존재를 확인하고서 벌써 2주가 흘렀네. 사실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렀어. 그날 당장에라도 병원으로 달려가 너의 존재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래야 뭔가 하루라도 더 빨리 이 다 잡히지 않는 마음을 좀 더 단단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단다. 결코 너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니야. 다만 아직 엄마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너를 반겨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오늘은 아빠와 라온이는 집에 두고 엄마 혼자서 병원을 다녀왔어. 첫째를 가졌을 때도 이렇게까지 떨리고 긴장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내내 이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춰지지가 않더라.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엄마의 차례가 왔어. 오늘은 임신 5주 2일 차라고 하네. 아직 아기집만 확인했지 너의 모습과 심장 소리는 듣지 못했구나. 그래도 너의 존재를 엄마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날이었어.


이제는 진짜 인정을 하고 너를 받아들여야겠지. 그래. 그래야 되는데.. 너무나 기쁜 일이고 정말 축하받아야 할 일인데 기뻐할 수도 축하를 받기에도 엄마는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드는구나. 둘째 계획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막상 정말로 너의 존재를 알게 되니 덜컥 겁부터 나면서 "내가.. 아이 둘을 잘 키워낼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아니." 확 자신이 없다고 느껴졌던 거 같아.


평상시 엄마는 '절대 불가능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아무래도 엄마가 지금 라온이만으로도 많이 버거운 상태인가 봐.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저 넘치게 행복한 일이고 이 힘듦, 지침은 당연한 거라 여기며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는데 잊고 있던 지난날들의 힘듦이 전부 떠올라버렸어. 그렇게 뒷걸음을 치게 됐던 거 같아.


이 무거운 마음을 얼른 털어버리고 원래의 엄마처럼 다시 긍정적인 마음을 장착하고 싶은데 그게 너무나도 어렵고 이 무거운 마음이 꽤 오래가서 엄마도 참 답답하고 너에게는 정말 많이 미안할 뿐이야. 다음에 너를 만나러 갈 때는 부디 엄마가 조금 더 강인한 마음을 갖고 오늘보다는 더 반가운 마음으로 널 만나러 갈게. 곧 또 보자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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