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이별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엄마 벌 받는 걸까

by 온맘다해

2024년 11월 13일. 한 달 전에 아기집을 확인하고 2주 전에는 너의 심장 소리도 잘 듣고 왔단다. 오늘은 네가 또 얼마나 많이 컸는지 엄마 몸에는 문제가 없는지 이것저것 확인을 하러 가는 날이었어. 아 오늘은 처음으로 라온이도 함께 널 보러 가는 날이었는데.. 저번에 보건소에서 받은 산전검사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하네.


아니 조금이 아닌 것 같아. 엄마가 들은 게 정말 맞는 거니. 풍진감염이라니. 정밀 검사를 해볼 거지만 임신초기에 풍진에 감염될 경우 태아의 85~90%가 선천성 풍진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고 하네. 마주해 본 적도 없는 너와 이별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이야. 그냥 그 말을 듣고는 엄마의 머리가 너무 새하얘져서 그 이후의 원장님이 하신 말씀을 아무것도 듣지 못했단다.


라온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엄마도 집에 주로 있었기에 옮을 때가 없을 거 같다고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정밀검사 잘 받아보자고 하시더라. 하지만 엄마의 면역력이 너무 약해져서 아니면 정말 운이 너무 없어서 진짜 그 풍진인지 뭔지에 감염이 된 거라면 엄마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9주밖에 안된 네가 오늘은 엄마 뱃속에서 어찌나 많이 움직이던지. 집에 가면 아빠랑 라온이랑 그 모습이 담긴 너의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려 했는데.. 이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너의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지 않더라.


이 글을 쓰기 전까지도 이곳저곳 풍진감염에 대해 검색해 보았어. 역시나 엄마 정신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네. 그런데 있지 아가야. 아무래도 엄마는 이미 벌써 너를 떠나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사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엄마는 너무 무서워. 무서워서 그런 것 같아.


엄마랑 같은 상황을 겪은 분들 중에는 병원에서 아이를 지우라고 권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뜻을 따르지 않고 결국 낳아서 잘 기르고 있는 멋진 분들도 계시더라. 그런데 엄마는 자신이 없어. 너를 잘 낳아서 잘 키울 자신이 없는 것 보다도 앞으로 엄마에게 닥칠 지금은 전혀 예상되지 않는 그 힘든 상황을 엄마가 잘 이겨낼 자신이. 마음을 더 다치고 싶지 않아서 여기서 더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 벌써 이렇게 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 다치기 싫어서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도망가는 그런 사람. 그런데 그렇지만 이번에는 네가 무탈할 거라고 생각할게. 그렇게 먼저 생각해 볼게. 도망치지 않아 볼게. 끝까지 마주하고 정밀검사도 열심히 받아서 엄마도 너도 건강하다는 걸 꼭 증명해 볼게. 너를 지키고 싶다 꼭.


그때까지 오늘처럼 엄마 뱃속에서 많이 움직이면서 잘 지내고 있어 줘. 엄마도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서 더 잘 챙겨 먹고 너를 더 강하게 키워내고 있을 테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더 건강해져서 만나자 우리. 많이 미안하고 많이 고맙다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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