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떠나보내야 될 수도 있대

친정엄마에게 털어놓았다

by 온맘다해

얼마 전 산부인과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보건소에서 받은 산전검사에서 풍진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그 말을 들은 날 바로 진료 후에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정밀검사는 피만 뽑으면 되고 결과는 일주일정도 걸린다고 한다. 병원을 다녀온 지 며칠이 흘렀다.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핸드폰으로 '임산부 풍진', '초기임산부 풍진양성', ''IgM, IgG'만 계속 검색해 보는 것 같다.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는 해결책은 없다. 어떤 마음의 준비를 또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착잡할 뿐이다.


죄책감도 동반해 온다. 둘째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마음을 가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조금 더 신중하게 계획하고 결정해서 미리 산전검사라도 잘 받았더라면 풍진이라는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 '이 아이를 내가 지켜내지 못한 것 같다.'라는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만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첫째 아이를 재우고 혼자 또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그냥 일상적인 안부 인사였다. 병원은 잘 다녀왔는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라온이는 잘 크고 있는지. 엄마와는 평소에도 친구처럼 시시콜콜 못 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공유하고 나누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차마 엄마에게 먼저 전화해서 털어놓기가 너무 무거워 그냥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만 담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화가 오니 나의 이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털어놓고 싶어졌다.


"엄마. 나한테 문제가 좀 생긴 거 같아. 이번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내가 풍진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 같다고 하네. 뭐 심각한 건 아닌데.. 임신 초기에 감열 될 경우에 아이한테 안 좋은 영향이 너무 많이 끼쳐져서 지워야 할 수도 있대. 결과는 진작 나왔었는데 저번에 병원에 갔을 때는 담당 원장님이 수술하셔서 다른 분이 봐주셔서 말을 안 해주셨나 봐. 이번에 병원 다녀왔을 때 들어서 알게 되었어. 정밀검사를 해봐야 된다고 해서 피는 뽑고 왔고 결과는 일주일 정도 걸린대."


이 이야기를 들은 친정엄마는 나보다도 더 착잡한 목소리로 화를 내셨다. "뭐? 아니 정말 문제가 생겨서 아이를 지워야 되는 거면 빨리빨리 말을 해주고 진행을 해줘야지! 담당 원장님이 아니라고 그 결과를 말을 안 해주면 어쩌자는 거야! 아휴.. 이게 무슨 일이라니.. 네가 라온이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너무 무리해서 키워서 몸이 많이 약해진 거 아니야?" 엄마의 이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고 딸이 많이 걱정돼서 화를 내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냥 이런 상황일 때는 좀 들어주기만 하면 좋을 텐데. 하지만 대꾸할 힘도 없던 나는 "그러게.. 아이를 지워야 되는 거면..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빨리 진행을 하는 게 좋을 텐데.."라고만 대답했다.


그래도 끝에는 라온이가 예쁘게 잘 크고 있으니까 혹시나 잘못되더라도 한 명만 잘 키워도 행복한 일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그래. 그래도 라온이가 있는 게 어디야. 이 상황이 첫째의 상황이었다면 정말 정말 더 절망적이었을 거 같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회로를 돌리고 돌려봐도 아이를 지워야 하는 상황만 상상하면 너무나 괴로워서 눈을 찔끔 감게 된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다음 날이 되었다. 그런데 아침 일부터 무슨 일이시지? 친정엄마에게 또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어제는 미안했어. 다시 생각해 보니까 너의 마음이 제일 힘들었을 텐데 엄마가 괜히 막 성을 냈던 거 같아. 미안하다. 엄마가 어제 말했던 것처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챙겨 먹고 부디 너를 더 챙기거라. 결과 나오면 꼭 연락 주고." 안 그러셔도 되는데.. 엄마는 어제 자신이 순간 감정적으로 내뱉은 말과 태도가 많이 신경 쓰이셨나 보다. "네. 너무 걱정 말아요 엄마. 나도 힘낼게요." 나보다 더 나의 일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게 느껴져서 인지 왠지 다시 온 엄마의 전화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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