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람이 너무 늦은 걸까
2024년 11월 20일. 안녕 하온아. 라온이 동생 하온이라고 너의 태명이자 이름도 예쁘게 지어놓았는데. 엄마 뱃속에서 잘 지내고 있니? 오늘은 드디어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인데 병원에서는 아직 전화가 없구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오늘까지 버텨낸 것도 엄마는 하루하루가 정말 너무 길고 힘들었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 답답한 마음만 드는구나. 얼른 좋은 결과를 듣고 그날 엄마 뱃속에서 춤을 추고 있던 너의 모습도 다시 꺼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도 엄마는 너의 초음파 사진도 너의 영상도 볼 용기가 나지 않네.
그런데 자꾸만 라온이가 너의 얘기를 꺼내. 그리고 엄마 화장대 위에 놓인 너의 초음파 사진을 자꾸만 가져온단다. "엄마 이거 하온이야? 하온이는 지금 뭐 해? 나중에 하온이랑 같이 춤출 거야! 내가 하온이 맘마 아~ 하고 먹여줄 거야!" 어찌나 하온이 하온이 하는지. 그런데 그럴 때마다 엄마 심장은 자꾸만 쿵 하고 떨어져.
라온아 그게 말이야. 있었는데.. 우리의 가족이, 너의 동생이 될 뻔한 아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저 하늘의 예쁜 별이 되었다고 말하게 될까 봐. 정말 그런 일이 금방이라도 벌어질까 봐. 그리고 진짜 현실이 될 수도 있기에 이 나약한 엄마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인지 끈질기게 너에 대해 묻는 라온이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 순수한 물음에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이 바람이 너무나 큰 바람이고 너무 늦은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하온아. 지금 우리는 네가 너무나도 간절해. 네가 꼭 우리의 가족이 되어줬으면 좋겠는데.. 라온이와 함께 춤도 추고 조금 서툴러도 라온이가 먹여주는 분유도 먹어보고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밀어주는 유모차도 타주면 좋겠는데. 이제야 막 우리의 미래가 조금씩 그려지는 거 같은데 그러지 못할까 봐 점점 더 겁이 난다.
그래도 너희 아빠는 정말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라 엄마의 마음을 잘 잡아주고 있어. 엄마가 풍진에 감염되었을 리도 없고 네가 잘못될 리도 없대. 초음파에서도 네가 그렇게나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주아주 건강한 아이일거래. 아빠는 아무 걱정이 없대. 그런데 엄마가 봐도 아빠는 진짜 걱정이 없어 보여. 평소에는 그런 한없이 긍정적인 면이 너무도 얄밉고 맘에 안 들었는데 꼭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는 엄마가 마음의 짐을 더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단다.
라온이는 엄마를 많아 닮았어. 그러니 너는 분명 아빠를 더 더 많이 닮았을 거야. 아빠처럼 긍정적이고 아주 건강하고 머리도 많이 크고.. 아무튼! 엄마랑 아빠랑 라온이 모두 건강하니까 너도 분명 건강할 거라고 믿어. 그렇게 믿을게. 결과는 이제 곧 나올 거야. 그러니까 하온이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엄마가 주는 거 듬뿍듬뿍 받아먹고 무럭무럭 잘 크고 있으렴. 금방 또 웃으면서 만나자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