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점점 선을 넘어섰다.
에어컨에서 바람이 흘렀고 찬 공기는 무겁게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샌들을 신은 발등으로 바람의 파도가 밀려갔다가 밀려오며 발등 위에서 찰랑댔다. 뜨거운 것을 피해 앉은 자리는 차가웠고, 차가운 것에서 자꾸만 도망치고 싶다.
몸이 식어간다. 추운 것이 싫어 여름이 좋았지만 여름의 숨 막히는 더위를 피하고 있다. 늘 이곳에서 저곳으로 간다. 바이킹의 끝자리에 앉아 꼭대기에서 땅끝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미끄럼틀을 타는 것 같다. 꼭대기에 서서 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즐거워했다. 바닥으로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나 계단을 올랐다. 언제나 올라가는 힘으로 내려왔고 내려온 힘으로 다시 올라갔다.
그럼에도 롤러코스터는 타고 싶지 않았다. 떨어지는 높이의 두려움으로 올라가는 것조차 싫었다. 그러니 언제나 회전목마일 밖에. 그네를 타고도 발을 구르지 않고, 시소를 타고 그 정도의 높이에서 즐거웠다.
그 느린 대관람차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고 추락이 상상됐다.
기대가 무너지는 추락이 두려워 날아오르지 않는다. 힘껏 올라가면 절벽을 마주할 테니까. 하지만 땅끝까지 가야 바다를 보고, 하루를 오롯이 살아야 별을 본다. 깊은 바다로 들어가 봐야 바다의 소리를 듣고 바다의 빛을 본 후에야 녹아들 수 있다.
실링팬이 돌아간다. 언제든 튀어나갈 듯이 한 곳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한곳으로 고이는 찬 공기를 카페 전체로 밀어내고 있다. 차가워져라. 끊임없이 밀어내고 밀어낸다. 흩어지는 차가운 바람의 파도가 부딪쳐서 포말을 만든다.
하루가 실링팬 같다. 일주일이 한 달이 실링팬처럼 돌아간다. 튀어나가고 싶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야말로 해방되고 싶다. 하지만 대관람차조차 타지 못하고 있지 않나. 기껏해야 바이킹의 가운데 앉아 누구보다 낮게 올라가서 가장 작은 폭으로 추락을 경험한다.
튀어나가지 않는 삶이란 중심이 있는 삶이다. 잡아주는 중심이 있기에 한 없이 돌아간다. 바람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주는 제 할 일을 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너무 춥지도 않게 너무 덥지도 않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튀어나가고 싶다.
늘 이곳에서 저곳으로 간다. 바다가 보고 싶어 땅끝까지 걷지만, 호수 같은 바다를 보고 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 나는 바다였을까? 호수였을까? …… 추락한다. 그리고 실링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