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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Jul 25. 2022

안개


안개 끼면

있던 것들 보이지 않으면

이곳이 그곳인지 알 수 없기에

나는 나인지 궁금해진다


살아있기에

길은 가리워지고

남는 것은 발아래 좁은 바닥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안개

남는 것은 눈앞의 손

내 손일까?


안개가 흐르고

나는 사라진다

보이던 것 사라지면

보이지 않는 것들 활개친다


오늘 쓴 것은 의미 없는 말장난이지

어제 쓴 것들은 구덩이에 묻어버려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불안과 의심과 두려움이

점점 안개를 따라 흐른다


안개가 안개인 줄 모르고

높이 높이 피어오르면

거대한 괴물이 되면

집어삼키는 괴물의 뱃속


바꿀 수 없는 어제와

바꾸지 않을 오늘과

내일 내일 내일로 배를 채운

안개 속에서

나는 길을 잃고

열 개의 손가락만 허공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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